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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뜨면 원작도 뜬다… '스크린셀러'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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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뜨면 원작도 뜬다… '스크린셀러' 빛과 그늘

입력
2012.05.3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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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완득이> <은교> …. 영화의 흥행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원작소설, 이른바 스크린셀러들이다. 국내 창작물뿐 아니라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피처> 등 해외 작품들도 올 상반기 영화 개봉과 함께 다시 인기몰이 중이다.

원작과 영화 관계 역전되다

요즘과 같은 스크린셀러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2008년 세계적 경제위기 여파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유명 소설이나 회고록을 바탕 삼은 영화를 대거 기획하면서 외화의 원작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트와일라잇' 열풍. 2009년 개봉된 영화 인기에 힘입어 원작 소설은 단박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같은 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개봉하자, (2007)란 제목으로 원작소설을 출간했던 문학동네는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바꾼 개정판을 내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창작물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이때부터 급속도로 기획, 제작됐다. 영화사가 원작의 작품성, 지명도를 마케팅에 이용하면서 영화사, 출판사의 공동 마케팅도 늘어났다.

사실 소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이미 1970~90년대 상당수 베스트셀러가 영화화됐다. 하지만 당시 원작은 대부분 영화 개봉과 동시에 출판시장에서 유통기한이 끝났다. 예컨대 소설의 상당수가 영화화된 작가 이문열씨는 한 인터뷰에서 요즘 스크린셀러 현상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며 "80, 90년대에는 이미 소설 볼 독자들은 다 사서 본 후 영화로 만들어진데다, 2시간 영화로 본 걸 굳이 며칠 걸려 책으로 다시 볼 게 뭐냐는 게 당시 대중의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 영화나 드라마의 흥행이 원작소설의 인기를 견인하는 경향으로 바뀐 것이다. 70, 80년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대부분이 원작에 충실했던 데 반해, 최근에는 원작을 개성있게 재해석해 캐릭터와 사건을 변형시키는 것이 대세란 사실은 영화와 문학의 바뀐 위상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의 주 요인이 '영상세대'의 등장이다. 최근 소설의 주 독자층이 영상에 익숙한 세대이고, 이들은 영화로 재미와 감동을 검증한 후 다시 소설로 재확인한다는 것이 출판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열악한 대우 탓에 쓸 만한 시나리오 작가가 거의 없어 영화계가 콘텐츠 발굴을 위해 출판계로 눈을 돌린 것도 한 요인이다. 출판사들 역시 영화, 드라마 원작이 될 만한 장르문학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려 하고 있다.

스크린셀러 출판 채널도 바꾸나?

스크린셀러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면서 출판 유통채널도 다양해졌다. 영화사와 공동마케팅 등을 통해 영화 원작은 다른 소설에 비해 훨씬 유리한 홍보, 유통망을 갖출 수 있다. 문학동네는 최근 영화 '은교'가 상영된 극장에서 소설 <은교> 를 팔았다. 정가 1만2,000원을 1만원에 팔고 '은교' 영화 티켓을 제시하면 1,000원 더 깎아준다. 사계절은 지난해 황선미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개봉하자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그림책을 별도 제작, 판매했다. OST, 색연필, 노트 등 각종 캐릭터 상품까지 출시돼 영화, 출판 등 합산 매출액은 170억원을 넘었다.

부수효과도 짭짤하다. 정은궐의 판타지로맨스 <성균관 유생의 나날> 을 각색한 드라마'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을 각색한 동명의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원작 소설은 각각 80만권을 돌파했는데, 출판사 파란미디어는 이외에도 김선영의 <킬러에게 키스를> (영화), 선우의 <비차> (드라마), 신혜영의 <중매결혼> (드라마) 등 판권을 잇달아 팔았다.

마냥 반길 수는 없는…

출판계는 스크린셀러 현상을 당연히 반기는 분위기다. 이문영 파란미디어 편집주간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소설을 해외 수출할 때도 상당히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통상 해외 수출에 작용하는 요인은 ▦주요 문학상 수상 여부 ▦국내 판매 부수 ▦2차 저작물 유무 등 세 가지. 특히 영상화된 작품은 마케팅이 쉬울뿐더러 일본, 중국, 대만 등 한류가 거센 나라들에서는 독자들이 원작을 먼저 찾기도 한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소설 <은교> 의 편집자인 문학동네 김민정 팀장은 "판매 수익을 제외하면 원작자에게 이득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영화는 원작과 다르게 각색되는데도 많은 독자들이 영화를 보고 원작을 오해하기 쉽다는 것. 원작자가 영화배우의 캐스팅 권한까지 행세한 70, 80년대와 달리, 최근에는 각색 과정에 원작자나 출판사가 개입할 수 없어 원작 이미지만 훼손되는 억울한 경우도 더러 생긴다.

영상세대 독자 취향에 맞춘 소설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도 스크린셀러 현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장편공모상에서는 추리 스릴러 등 영화화 하기 좋은 장르문학 작품들이 강세를 보였다. 장강명의 <표백> (2011 한겨레문학상),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 와 임성순의 <컨설턴트> (2009, 2010세계일보문학상), 김기홍의 <피리부는 사나이> (2009 문학동네 소설상) 등 상당수가 추리소설 코드를 가져왔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씨는 "최근 문학상 투고작 중 30% 정도는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 시나리오 작법에 의존해 쓴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매체의 장르적 특징을 차용한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 2차 콘텐츠 제작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로서 폭발력은 없다"면서 "그렇게 반길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의 출판 현실에서 비판만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평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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