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지휘자와 연주자들간의 끝 모를 내분으로 정기연주회까지 취소하는 사태를 빚어온 KBS교향악단이 법인화 된다. 1981년 국립교향악단에서 KBS교향악단으로 옮긴 이후 31년 만이다. 이것이 최선인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KBS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결정했으니 이제 다른 길은 없다. KBS교향악단의 법인화 추진은 처음도 아니다. 2005년과 2009년에도 있었지만 단원들과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물론 이번에도 단원들은 반대다.
■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재정적으로 자립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법인화의 가장 큰 장점인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우리의 척박한 기부문화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2005년 법인으로 성공적 탈바꿈을 자랑하는 서울시향을 보라. 아직도 100억원이 넘는 돈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고 있으며, 후원금은 전체 예산의 15%에 불과하다. 결국 교향악단의 구조조정과 단원 해고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
■ 이런 현실과 비난을 의식한 듯, KBS는 법인의 조기안정화를 위해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모든 단원에게 고용승계, 동일임금, 후생복지를 보장했다. 그러나 당분간일 것이다.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결국 KBS교향악단이 자랑하는 뛰어난 앙상블과 생동감 넘치는 연주, 체계적 운영과 다양한 기획으로 경쟁력을 놓이는 길 밖에 없다. 이제 와서 누굴 탓하고, 공영방송의 책무를 강조하며, NHK로부터 매년 140억원을 지원받는 NHK교향악단을 들먹여봤자 소용 없다.
■ 평생 돈과 자리 걱정 없이 자신이 원하는 때에, 마음에 맞는 지휘자와 원하는 곡만 연주할 수 있다면, 연주가에게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그러나 그건 꿈이다. 예술이 특권은 아니다. 혹시라도 지금까지 KBS교향악단을 그런 곳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KBS교향악단의 연주가 사라진 지도 석 달이나 됐다. 그렇다고 무조건 서두를 일은 아니다. 국민들은 법인이든 아니든,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과 상처를 씻은 멋진 화음의 KBS교향악단을 보고 싶어한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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