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이 ‘주취(酒醉)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20일이 지났다. 동네 주민들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행을 퍼붓고 파출소에서 행패를 부리던 주취폭력범들에게 시달려오던 주민들은 엄정한 법 집행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술 먹고 행패부리는 주폭자들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2010년 한해 동안 주폭자 신고는 36만 건에 달했다. 경찰지구대 업무의 대부분이 술 취한 사람들 뒤치다꺼리여서 경찰력의 단순 경제적인 손실만도 연간 약 500억원이라고 한다. 살인 등 주요 범죄 상당수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질러지고 있다. 지난해 범죄발생 현황에 따르면 살인사건의 37.1%, 강간ㆍ추행사건의 30.6%, 폭력사건의 35.7%는 술에 취한 사람에 의해 일어났다. 공무집행방해의 경우는 73.2%나 된다.
더욱이 주폭자들이 노리는 대상은 주로 노점상, 미용실, 다방 등 영세한 가게들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가게에서 물건을 그냥 집어가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공짜로 먹고, 주민들에게 예사로 폭행을 휘두른다. 그런데도 신고해봤자 피해액이 경미해 경범죄로 풀려 나온 뒤 다시 괴롭히기 때문에 냉가슴만 앓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찰의 엄정대응 방침은 서민보호와 치안복지 차원에서 시의 적절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과거 경찰의 집중단속 때면 빚어졌던 무리한 실적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취임 직후 서울 31개 경찰서에 일제히 ‘주폭수사전담팀’을 신설해 대대적으로 단속을 지시했다. 그러다 보니 인원부족으로 조직폭력배 담당 팀이 떠맡기도 하고 경찰서마다 전과자 리스트를 작성해 검거에 활용하는 등 벌써부터 과잉단속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음주폭력 피의자 대부분이 알코올중독자로 처벌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 재활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경찰단속도 중요하지만 주취폭력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술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