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세계 경제의 관심은 온통 그리스에 쏠려 있었다. 6월 중순 그리스 총선에서 누가 승리할지, 과연 그리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탈퇴하는 것인지….
여전히 그리스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세계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스페인과 중국이다. 그간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희박한 가능성 정도로만 언급됐던 스페인의 유로존 이탈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이제는 현실화할 수도 있는 메가톤급 폭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도 경제까지 급전직하하면서 세계 경제 곳곳이 뇌관으로 변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6.66%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서만 1%포인트 가까이 폭등하면서 구제금융 마지노선이라는 7% 턱밑까지 다가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선 나라들의 전례를 볼 때 국채 금리가 7%를 넘어서면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적게는 열흘 길게는 한 달 안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스페인 재정적자 감축 마감시한을 2014년까지 1년 연장해주기로 했지만, 부실 덩어리 방키아 은행 구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 해법이 되긴 힘들어 보인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ㆍGrexit)에 이어 스펙시트(스페인의 유로존 이탈ㆍSpexit)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 스트래티지 이코노믹스의 매튜 린 최고경영자는 30일자 마켓워치 기고에서 "스페인이 그리스보다 먼저 유로존에서 이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구제하기엔 너무 큰 스페인 경제 규모 ▦긴축 피로감 ▦유로존 탈퇴 후 독자 생존능력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스페인의 유로존 이탈은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즉시 유로존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스페인만큼 당장 급한 불은 아니더라도 세계 경제에 더 큰 뇌관은 중국이다. 미국과 유럽의 잇단 위기에도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국이 이제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대형 악재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유럽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가 더 큰 문제"라며 "2013년 초까지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올 가능성이 100%"라고 단언했다.
실제 요즘 중국 경제는 예전 같지 않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1분기 만에 최저치(8.1%)로 떨어졌고, 2분기에는 8% 밑으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3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고, 같은 달 제조업체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여태껏 중국의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를 밑돈 적이 없다지만, 이러다 정부 목표치(7.5%) 달성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결국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대규모 부양책은 없다"는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로 물거품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때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했던 인도 경제마저도 심상찮다. 31일 발표된 인도의 올 1~3월 성장률은 시장 전망치(6.1%)에 한참 모자란 5.3%로, 작년 같은 기간(9.2%)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의 재정위기 위험이 그리스에서 스페인으로 옮겨 붙고 중국, 인도 등의 경기마저 둔화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미국 경제의 흐름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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