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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투명한 공룡,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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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투명한 공룡, 연합뉴스

입력
2012.05.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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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언론사는 어디냐는 질문에 선뜻 ‘연합뉴스’라는 답을 떠올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뉴스 대부분은 연합뉴스에서 만들어진다. 젊은 층의 주요 뉴스원인 인터넷 포털을 꼼꼼하게 보면 뉴스 중 상당수가 연합뉴스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지하철 타는 사람들이 무심코 집어드는 무가지의 기사들도, KTX 승객들이 잠깐이라도 쳐다보게 되는 동영상 뉴스도 연합뉴스가 만든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뉴스전문 텔레비전 채널까지 시작했다. 주요 신문이나 방송뉴스 중 일부도 연합뉴스가 제공한 기사에 의존해서 작성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연합뉴스는 늘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셈이다. 눈에 쉽게 띄지 않을 뿐이다. 영향력은 공룡같지만 잘 보이지는 않는, 그래서 투명공룡같은 존재이다.

공룡이라는 비유는 양가적이다. 힘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둔함과 시대착오적 의미를 담기도 한다. 연합뉴스가 보유한 500여 명의 국내 취재진과 60여 명의 해외 취재진은 우리나라 어떤 언론사보다도 큰 규모이고,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법’이 명시한 국가기간통신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심심치 않게 오보 논쟁에 휘말리기도 하고 정치적 편향성 혐의를 받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법률상 민영인 연합뉴스가 내용상으로는 국영처럼 운영된다는 점이다. 연 400억 가량의 정부 지원(구독료)을 받고 사장 선임도 사실상 정부의 뜻대로 정해진다. 결코 적지 않은 국민 세금이 투여되지만, 연합뉴스는 과연 공익과 정권 중 무엇을 더 소중히 여길까. 창사 23년만에 처음으로 파업 중인 일선 기자들이 잘 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투명하다는 표현도 양가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도움이 되는 공기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다가와서 해코지를 할지도 모르는 영화 속 괴물을 떠올릴 수도 있다. 2003년에 6년 한시법으로 만들어진 뉴스통신진흥법이 2009년에 일반법으로 개정된 과정을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나라 언론 지형도를 엄청나게 변화시키는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연합뉴스를 영구적 공룡으로 만드는 법률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조중동’이 종합편성채널을 만든다며 찬반양론 한 복판에 몰릴 때 연합뉴스는 조용히 뉴스전문채널을 출범시켰다. 과거에 YTN을 운영하다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팔아버린지 15년만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KBS와 MBC의 파업은 종종 이슈가 되지만 연합뉴스의 파업은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박근혜 위원장도 연합뉴스의 파업 사실을 몰랐다는 보도가 있을까. 덩치에 비해 여간해선 보이지 않는 것이 연합뉴스이다.

미디어환경이 급변하면서 통신사의 역할도 많이 변했다. 뉴스 도매상으로서 소매상(신문사, 방송사)에게 정보를 파는 일은 더 이상 통신사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뉴스매체와 경쟁관계를 갖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뉴스통신진흥법은 시대착오적이다. 사장은 정권 눈치를 보게 만들고, 경쟁 언론사들은 맥풀리게 만들고, 선량한 납세자들은 분노하게 만드는 법률이 되었다. 현장에서 보면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라는 명분으로 후발 통신사들의 공정경쟁 요구를 무시하거나 묵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기업들이 연합뉴스에 지불하는 수십억의 구독료도 딱히 제공받는 정보의 가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연합뉴스는 언론계의 맏형 노릇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공의 선을 지향해야 하고, 스스로 공영 통신사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대주주가 공적 법인이고 공영방송 KBS와 MBC의 지분도 50%를 넘는다면 당연히 사(社)익이나 사(私)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해서 방만한 일을 벌여서도 안되고, 덩치가 크다고 해서 오만한 짓을 해서도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연합뉴스에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비판하기를 희망한다. 우선 파업 중인 연합뉴스 기자들에게부터 관심을 갖자.

윤태진ㆍ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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