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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안녕, 나의 친구,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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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안녕, 나의 친구,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입력
2012.05.3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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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친구,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다정한 친구, 그대는 내 가슴 속에 살고 있네.

우리의 예정된 이별은

이 다음의 만남을 약속해 주는 거지.

안녕, 나의 친구, 악수도 하지 말고, 작별의 말도 하지 말자.

슬퍼할 것도, 눈썹을 찌푸릴 것도 없어―

삶에서 죽음은 새로운 일이 아니니까,

그러나 삶 또한 새로울 것은 하나도 없지.

러시아 시인 예세닌이 자살하면서 남긴 시입니다. 아름다운 노래로 모든 이의 영혼을 저 위쪽으로 끌어 올리던 시인이었어요. 그렇지만 제 노래로 제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영혼은 별로 없는가 봐요. 제 손으로 제 몸뚱이를 늪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자가 없는 것처럼. 오늘로 '시로 여는 아침'과 함께 한 지 꼭 1년이 됩니다. 그 오랜 동안 바닥에 종종 내동댕이쳐져 있던 저와 그 밖의 영혼 여럿을 건져주신 시인님들 고마워요. 읽을 때마다 놀라웠어요. 당신들은 사랑과 진실을 쓰고 말하면서 그것들 모두를 믿는 듯 보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거짓말쟁이. 사랑을 말하는 순간에도 사랑을 의심하고 확언을 하는 순간에도 불안해하는 부류. 그런 부류라서 제게는 커다란 간절함이 있습니다. 정말 이루어질까? 의심하기에 그 아름다운 말들이 정말 이루어지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랍니다. 그 도저한 간절함을 가르쳐주신 시인님들 사랑해요. 당신의 노래로 당신을 제외한 모든 이가 살아가고 사랑할 힘을 얻습니다. 안녕, 나의 친구들.

*오늘로 진은영 시인의 '시로 여는 아침' 연재를 마칩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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