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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음악 사랑방' 되살린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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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음악 사랑방' 되살린 손길

입력
2012.05.3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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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하고 볼품없어도 사랑방 역할을 했던 오래된 동네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골목상권까지 넘보는 대형마트, 해마다 뛰는 임대료, 수년 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 등 가게를 접는 이유는 여러 가지. 대부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지만 이 각박한 세상에 사람 향기가 아쉬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곳도 있다.

홍대 문화의 상징 '레코드 포럼'

제3세계 음반을 소개해 음악 마니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홍대 앞 음반 매장 '레코드 포럼'이 6월 16일 다시 문을 연다. 인근에서 3층짜리 카페를 운영하는 한승화(32)씨가 1층 한 쪽에 무상으로 자리를 내준 덕이다.

우여곡절을 겪은 레코드 포럼의 사연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5월부터 '레코드 포럼'을 운영해 온 표진영(50)씨는 5월 초 '부지가 매각됐으니 가게를 비워달라'는 주인의 요구를 들었다. 17년간 한 번도 월세를 올리지 않고 배려해줬던 주인이었다. 그래서 주인의 속사정을 이해했다. 그는 주변에 마땅한 점포를 찾았지만 매매가가 3억~4억원 이라 너무 비쌌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어 가게를 접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17일까지 폐업맞이 음반 할인판매를 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남미 아프리카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명반을 소개해 '음악 좀 안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곳이 없어진다는 소식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퍼졌다. 수년 전부터 레코드 포럼에서 음반을 구입해 온 한씨도 이 소식을 접하고 '레코드 포럼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9일 매장을 찾아갔다. 한씨는 표씨에게 "임대료 등 일체 비용을 받지 않을 테니 제 가게에서 다시 레코드 포럼을 열어달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의아했던 표씨는 이날 1시간 가량 대화 끝에 이를 수용했다.

한씨는 "손님 조금 더 받기 보다 레코드 포럼이 보유한 좋은 음악을 틀어주면 손님들의 마음을 정화할 수 있어 더 큰 선물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레코드 포럼을 사랑해주는 사람들한테 '고맙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표씨는 내부 수리를 거쳐 다시 레코드 포럼을 열 계획이다. 재개업 당일 조촐한 파티도 연다. 표씨는 "오래된 가게들이 쉽게 사라지는 일이 빈번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 놓는 20년된 동네 슈퍼마켓

대부분의 동네가게가 표씨처럼 운이 좋은 게 아니다. 서울 옥수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12평짜리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영수(57ㆍ가명)씨는 두 달 전 자신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내놨다. 김씨 가족이 20여년간 운영한 가게지만 올 들어 하루 매출 23만원에 집세와 전기세 등 비용을 따지면 한 달에 50만원 이상 적자를 보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었다. 김씨의 사정은 지난 2월 가게에서 20m 떨어진 곳에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서면서 악화됐다. 아이스크림, 음료수, 껌과 같은 제품을 주로 많이 팔았던 '동네 구멍가게'가 대형할인마트에 경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4월 대형마트 휴무제가 시작될 때만 해도 한 숨 돌릴까 기대에 찼던 김씨. 하지만 되레 된서리를 맞은 느낌이다. 김씨는 "한 달에 두 번 쉬면 뭐하느냐. 대신 대형마트 영업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11시까지였던 게 앞 뒤로 1시간씩 늘어났다"며 "대형마트가 영업을 안 하던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그나마 손님들이 찾아왔었는데"라고 속상해했다.

김씨는 "손님 하나라도 더 맞기 위해 여태껏 명절 한 번 쉰 적 없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밤을 새서 가게 문을 열더라도 적자를 면하기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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