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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월풀, 냉장고 이어 세탁기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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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월풀, 냉장고 이어 세탁기 '몽니'

입력
2012.05.3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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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전업체 월풀이 또 한번 한국기업들을 상대로 ‘몽니’를 부렸다. 지난 번엔 냉장고를 트집잡더니 이번엔 세탁기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월풀이 한국 가전업체들을 상대로 낸 제소와 관련, 한국 정부가 한국의 세탁기 업체들에게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예비 판정했다. 이에 따른 고율의 징계성 관세(상계관세)를 부과했는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 1.20%와 0.22%로 낮았지만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ㆍ옛 대우전자)에는 무려 70.58%를 매겼다.

대우일렉에게 이 같은 보복성 관세를 매긴 건 이 회사가 한국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대우일렉은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되면서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는데, 이에 따른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부채탕감, 채무상환연장 등 조치를 정부 보조금으로 규정한 것이다.

문제는 대우일렉이 미국에 세탁기를 별로 팔고 있지 않다는 점.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대우의 점유율은 0.03%에 불과하다. 전체 세탁기 매출에서 북미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0.2% 수준. 대우일렉 관계자는 “사실상 미국에서는 세탁기 판매를 거의 하지 않고 있어 이번 제소에 변호사 선임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도 이렇게 높은 상계관세를 부과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월풀이 한국 가전회사들을 상대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최대의 백색 가전회사이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공세에 밀려 갈수록 설 땅이 좁아지자, 결국 덤핑제소를 통해 미 정부에 SOS를 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제소한 고급형 드럼세탁기의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보면 LG전자가 20.7%로 1위, 삼성전자가 17.4%로 2위이고, 월풀은 16%로 3위에 처져 있다.

앞서 올해 초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장고(하단냉동고형)를 덤핑혐의로 제소했고 이에 미 상무부는 ▦LG전자에 최고 30.34% ▦삼성전자에 최고 15.95%의 반덤핑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하지만 미 무역위원회가 이를 기각함으로써, 우리나라 두 전자회사는 대미수출중단위기를 넘기게 됐다.

당시에도 월풀의 제소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위 삼성전자(25.6%) 2위 LG전자(20.4%)에 시장을 빼앗기며 월풀은 6위(7.4%)로 추락하자 결국 제소카드를 뽑았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월풀이 냉장고에 이어 세탁기까지 제소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들의 위치가 절박하다는 뜻”이라며 “생존차원의 싸움인 만큼 더 거친 공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월풀은 이번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제소하면서 보조금부분과 반덤핑부분을 분리했다. 이날 판정은 보조금 예비판정이며, 반덤핑 예비판정은 7월말로 예정되어 있다. 한 가전사의 통상파트 관계자는 “지난 번 냉장고 때도 예비판정은 졌지만 무역위원회 최종 판정에선 이겼다”면서 “이번데도 결국은 무리한 제소임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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