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사람일수록 냉정하고 정확한 눈이 필요하다. 민주통합당 당권 선거에서 경합 중인 이해찬 후보는 대선도전 의사를 묻자 "나는 대통령이 될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역대 대통령 중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의 자기 평가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 의원의 판단에는 고개를 가로젓는 게 일반인들의 보편적인 반응 아닐까.
이상적인 덕목을 두루 갖춘 사람이 나라를 이끌면 좋겠지만, 한 인간이 모든 것을 구비하기는 어렵다. 정치학ㆍ철학을 강의하는 윌러 R 뉴웰 미국 칼튼대 교수는 최근 번역 소개된 저서 <대통령의 조건> 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변치 않는 이상적 전형은 없다고 말한다. 케네디의 매력과 역사적 감수성, 닉슨의 영리하고 능숙한 외교적 수완, 레이건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과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 아버지 부시의 훌륭한 성격과 타고난 봉사정신 등을 모두 갖춘 지도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역사의 에너지는 최적의 지도자를 찾아낸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리더는 곧 시대'이다. 대통령의>
우리나라의 경우도 초대 이승만부터 지금 이명박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나름대로 장점이 많았지만, 모든 것을 갖춘 지도자는 찾기 어렵다. 다만, 그들의 집권에는 시기별로 역사적 의미와 필연이 있었다. 시대가 그들을 요구했고, 거꾸로 그들이 시대를 이끌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거의 다 각고의 노력과 투쟁을 통해 개인적 역경을 극복하거나 반전시킨 역전승의 주인공들이다.
뛰어난 사람은 오히려 결손가정에서 나온다거나 고난을 겪어야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유가 있는 말이다. <맹자> 고자장(告子章)의 "하늘이 어떤 인물에게 큰 소임을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심지(心志)를 괴롭게 하며 그 뼈와 근육을 수고롭게 하며 그 몸을 굶주리게 하며 그 생활을 궁핍하게 하며 어떤 일을 행함에 그 하는 바를 어긋나고 어렵게 하나니 이는 마음을 흔들어 참을성을 기르게 하고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말은 진실로 바르고 옳다. 맹자>
이런 눈으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살피면 하늘이 내리는 큰 소임을 맡기에 부족하거나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달 30일 부산대 강연에서 스스로 말했듯이, 일반적으로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이 먼저 대중에게 뜻을 밝히고 찬성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데 비해 사회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그를 통해 분출됐다는 점에서 그들과 판이하다. 그는 이런 열망을 온전히 자신에 대한 지지라고 보는 것은 교만일 것이라는 말도 했다.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키워드로 그가 제시한 '복지 정의 평화'는 옳은 설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대선 200일을 앞두고도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지금 (해답을 찾아나가는) 그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어떻게 될지 누가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정치 참여에 대해서 "선택하는 게 아니고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던 본인의 말대로 상황과 여건에 달린 일이다. 10여 년 전 안철수처럼 주가가 최고로 올라 있던 한 정치인은 최근 "아침에 일어나면 (대통령이) 될 것 같고 저녁이면 안 될 것 같고 도무지 갈피를 못 잡겠더라. 지금 안철수도 그럴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안철수는 양식장에 들어온 메기처럼 정치판의 미꾸라지들을 긴장시켜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헤엄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 존재로서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그에게 출마하라 마라 할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어디까지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다. 다만 그 판단을 위해서는 자신과 시대, 그리고 온갖 여건을 냉엄하게 평가하고 관측하는 정확한 눈이 필요하다는 말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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