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야 월 50만원 정도에 불과했던 이혼 자녀의 양육비가 현실화하면서 크게 오른다. 서울가정법원(원장 김용헌)은 31일 자녀의 나이, 부모의 소득, 거주지, 물가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공표했다. 법원이 구체적인 양육비 기준을 정해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판사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양육비 산정기준표는 부모의 월소득과 자녀의 나이를 세분화해 해당하는 구간의 기준 양육비를 정해놓은 표로, 도시와 농어촌의 기준 양육비가 다르다. 앞으로 법원은 이 기준표에 따라 양육비를 산정하게 된다.
가령 도시에 사는 월수입 150만원인 남편 무능해씨와 월수입 400만원의 아내 일벌레씨가 잦은 부부싸움 끝에 갈라서기로 합의,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일벌레씨 대신 남편이 12살 난 외동딸을 양육할 경우 일벌레씨가 월 93만원의 양육비를 주어야 한다. 무능해씨 가족은 도시에 거주하고, 합산소득이 550만원에 자녀가 12세이므로 표준양육비는 127만7,000원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일벌레씨는 부부의 합산소득 중 자신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400만원/550만원) 만큼 부담한다. 이렇게 나온 금액이 93만원이다.
그동안 가정법원에서 산정했던 양육비가 소득이 많아도 대체로 월 50만원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표준양육비가 상당히 오르는 셈이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자체적으로 산정해 온 양육비가 일관되지 않다는 외부의 지적을 받아들여 이 같은 산정기준표를 만들게 됐다"며 "판사들이 반드시 이 기준표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 가정법원에 상당한 정도로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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