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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 위기 이라크 신도시사업… 김승연 회장 '뚝심'이 살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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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 위기 이라크 신도시사업… 김승연 회장 '뚝심'이 살려내

입력
2012.05.3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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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만해도 한화건설은 전전긍긍했다. ‘이대로 엎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프로젝트 얘기다.

작년 5월 한화건설을 이라크정부로부터 10만 가구 규모의 신도시 건설프로젝트를 따냈다.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부터 아파트까지 새 도시를 짓는 이라크 국가재건사업이다. 금액만 80억달러(9조5,000억원)짜리 공사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건설공사로는 역대 최대규모다.

하지만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양측의 세부협상은 답보상태였다. 선수금환급보증금과 공사비, 분양 등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고 서로 불신의 골마저 깊어만 갔다. 어차피 MOU는 구속력이 없는 거라 올 초에는 ‘곧 사업이 깨진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이라크측은 한화건설의 해외건설경험과 신용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나 삼성만큼 브랜드인지도가 높지 않다 보니, 이라크정부는 한화의 공사수행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불만은 한화도 마찬가지였다. 10조원에 육박하는 대공사인데 정말로 이라크 정부가 이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직접 나섰다. 김 회장은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직접 만나 “서로 양보해 불신을 해소하자”고 얘기했고, 한화건설 실무진들을 이라크에 상주시키며 계속 대화하고 협의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양측은 올 봄 이후 협상을 급진전시켰다. 한화는 이라크 3개 국영은행으로부터 ‘신도시 공사대금에 대한 지급보증책임을 약속한다’는 문서를 받아냈다. 보통 공사비의 10% 정도 받는 선수금을 25%까지 올려 받아내는 성과를 냈다. 대신 우리나라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선수금환급을 보증하는 등 이라크정부가 갖고 있던 의구심을 해소시켜 줬다.

신도시 분양문제도 이라크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10만 세대의 청약을 받기 시작해, 분양이 사실상 완료된 상태다.

양측은 결국 최종계약에 합의했다. 한화건설과 이라크정부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총리 공관에서 김승연 회장과 누리카밀 알 말리키 이라크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신도시 건설공사 본 계약을 체결하고 이어 기공식을 가졌다.

신도시 건설은 설계ㆍ조달ㆍ시공을 모두 한 회사가 맡는 디자인 빌드 방식으로 진행되며, 공사기간은 7년이다. 김 회장은 “비스마야 신도시가 이라크 국민에게 새 희망의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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