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밤샘 도박 파문으로 촉발된 조계종 사태 해법을 찾기 위해 수좌(首座)들과 원로의원들이 31일 잇따라 비공개 회동했다. 추문ㆍ비방전으로 얼룩진 내홍은 부처님오신날(28일)을 전후해 수그러드는 듯했으나 다시 일각에서 종단의 근본적 개혁과 쇄신을 위해 ‘승려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강경 주장이 나오는 등 폭풍전야 분위기다.
수행의 상징인 수좌승 모임인 조계종전국수좌회(회장 무여ㆍ지환 스님)는 이날 오후 1시 대구 남구 대명동 불교대구회관에 모여 조계종 쇄신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무여 지환 철산 영진 환경 불산 스님 등 전국 38명의 수좌승이 참석했다.
한 수좌승은 “이 기회에 은처승(隱妻僧)ㆍ대처승(帶妻僧) 문제를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며 “승려대회 개최 이외의 다른 쇄신의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수좌승은 종단 개혁을 위한 결의안을 만들어 자승 총무원장에게 전달키로 했다. 이 결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종단 혁신을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10명의 수좌승이 지난 22일 자승 총무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후 25일 청주 석종사에서 무여 정명 고우 혜국 설정 등 수좌승 대표 5명이 만나 종단 현안에 대한 수좌회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마련됐다.
조계종 어른들인 원로의원들도 이날 낮 12시 서울 관악구 남현동 관음사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총무원이 주도하는)승가공동체쇄신위원회 회의에 불참하자” “종단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승려대회를 열자”는 등 강경 주장과 “종단이 청규(淸規)를 새로 제정하고 있다니 지켜보자”는 견해가 맞섰다. 원로의원들은 난상토론 끝에 일단 7일로 예정된 총무원 쇄신안 발표를 지켜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모임에는 고우 월탄 암도 종하 현해 지성 스님 등 6명이 참석했다.
앞서 24명의 원로의원 중 13명의 스님들은 지난달 17일 관음사에서 모여 조계종 사태와 관련해 자승 총무원장의 쇄신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한편 총무원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성과 쇄신의 일환으로 5일부터 7월 24일까지 10회에 걸쳐 조계사 100주년기념관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1,000일 정진 야단법석(野壇法席)’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현 조계종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스럽다”며 “야단법석 등을 통해 불교를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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