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다. 세계 최강 스페인에 참패한 '최강희호'가 되새겨야 할 속담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스페인에 1-4로 대패했다. 전반 12분 페르난도 토레스(첼시)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은 전반 43분 김두현(경찰청)의 중거리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후반 들어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결과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최강희호'의 초점은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1차전(9일 오전 1시15분ㆍ알사드스티다움)에 맞춰져 있다. 스페인전을 카타르전 승리의 밑거름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원을 지배하는 자, 경기를 지배한다
최강희 감독은 카타르전 승리의 열쇠로 중원 조합을 꼽았다. 스페인전은 중원 장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한국이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진 이유는 중원을 내줬기 때문이다. 볼을 잡아도 전방위 압박에 당황해 소유권을 유지하지 못했다. 반면 스페인 미드필더들은 자유자재로 위치를 바꾸고 정확한 패스를 주고 받으며 한국 미드필드의 압박을 쉽게 풀어버렸다.
최 감독은 스페인전에 손흥민(함부르크)을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세우고 염기훈(경찰청), 남태희(레퀴아)를 좌우 측면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김두현(경찰청)을 중앙에 포진시킨 미드필드진을 가동했다. 카타르전에서의 중원 조합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전에 나가지 않은 기성용(셀틱)과 김정우(전북)가 중앙 미드필더 조합으로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현은 스페인전의 벼락 골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될 가능성을 높였다. 좌우 측면의 경쟁은 혼전 양상이다. 염기훈, 남태희 외에 후반 투입된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김치우(상주 상무)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A대표 복귀전, 교차한 희비
스페인전에는 '최강희호'에 첫 승선한 얼굴이 대거 선발 출전했다. 특히 지동원(선덜랜드)과 조용형(알라이안)의 활약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동원은 병역 기피 논란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박주영(아스널)의 대체 카드로 주목 받았다. 지난해 6월 전주에서 열린 가나와의 친선 경기(2-1) 이후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A매치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최 감독은 파주 소집 훈련 당시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공격적인 마인드도 뛰어나다"고 조용형을 칭찬했다. 그러나 스페인전에서 두 사람 모두 기대를 밑돌았다.
최전방에 나선 지동원은 후반 12분 이동국(전북)과 교체될 때까지 존재감이 미미했다. 슈팅은커녕 문전에서 볼을 잡기도 어려웠다. 중원을 완전히 내준 상황에서 부진을 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지만 '박주영 대안'으로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했다.
조용형은 오랜만에 A매치에 나간 탓인지 동료와 호흡이 맞지 않으며 3골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전반 12분 토레스, 후반 34분 알바로 네그레도(세비야)의 문전 침투를 놓치며 선제골과 쐐기골을 내줬고 후반 7분 나초 몬레알(말라가)의 중거리 슈팅을 저지하다 핸드볼 파울을 저질러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파트너 이정수(알사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1년 4개월여 만에 치른 A매치의 부진으로 조용형은 의문 부호로 남게 됐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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