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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방식 바꿨더니… '숨은 나랏빚' 372조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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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방식 바꿨더니… '숨은 나랏빚' 372조 드러나

입력
2012.05.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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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31일 공개한 국가재무제표상 부채규모(774조원)는 충격적이다. 그간 정부가 공식 발표한 국가채무(작년 말 중앙정부 기준 402조원)와는 무려 372조원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훨씬 건전하다”고 자랑했던 30%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재무제표상 부채를 기준으로 하면 순식간에 70%대까지 치솟는다.

물론 여기에는 두 가지 주의해서 봐야 할 대목이 있다. 첫 번째는 두 통계가 서로 다른 계산방식과 대상을 적용한 결과라는 점이다. 국가의 빚 규모는 그대로인데, 어떤 기준으로 어느 범위까지 집계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는 만큼 ‘순식간에 빚이 크게 늘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기존 국가채무를 산출하는 세입ㆍ세출결산에서는 정부부처가 관리하는 기금 40개만 자산에 포함되지만, 재무제표에서는 기금 범위가 64개로 늘어난다.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현재 건설 중인 도로는 세입ㆍ세출결산에서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반면, 재무제표에서는 자산으로 잡힌다. 세입ㆍ세출결산에선 874조원인 자산이 재무제표에서 1,523조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가가 외상을 진 경우에도 기존 국가채무에서는 실제 돈을 주기 전까지는 빚으로 잡지 않지만, 재무제표에서는 외상 계약을 하는 즉시 빚으로 올리는 차이가 있다.

두 번째 주목할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갚아야 할 ‘숨겨진 빚’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342조원으로 계산된 공무원ㆍ군인연금 충당부채는 기존 수급자(퇴직 공무원 및 군인)와 현 재직자들에게 평생 지급할 연금액을 향후 퇴직률, 사망률,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추정한 것이다.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채지만 그 동안의 공식 국가부채 통계에는 ‘아직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부채로 잡히지 않았다.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국민연금의 미래 충당부채나 공기업 부채 등까지 감안하면 사실상의 나랏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실상의 부채가 2010년 말 기준 1,848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에 대규모 충당부채를 공개하면서 “선진국보다는 부담이 낮은 상황”임을 재차 강조했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50.8%에 그치는 데 반해 미국은 567.2%, 영국은 200.4%로 우리보다 4~10배 가량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은 주정부를 제외한 연방정부만을, 영국은 중앙과 지방정부 및 공기업까지 아우른 수치여서 일률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가재무제표 작성에는 의외로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된다”며 “자칫 통계를 위한 통계로 사장시키지 말고 미래의 잠재부채를 보다 명확히 파악해 장기적인 재정관리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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