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지역(PK)의 또 다른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두관 경남지사는 일단 정중동의 자세다. 한창 진행 중인 민주당 경선에 대해서도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강조하고 있고,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도 현직 지사 신분임을 감안해 뚜렷한 언급을 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후보가 이날 "김한길 후보와 김 지사와의 연대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자 김 지사 측에서 "중립이란 입장을 강조해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뛴 것도 이 같은 김 지사의 조심스런 정치적 스탠스와 연결돼 있다.
아직은 대선 행보의 본격 신호탄을 쏘아 올리진 않았지만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면서 사실상의 대선 캠프를 차리는 등 물밑에서는 대선을 향한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김 지사는 이장에서 출발해 군수와 장관, 도지사에 오른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경우 이 같은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여정을 무기로 활용할 태세다.
이와 관련 그는 내달 9일 출간하는 저서 에서 "한국의 룰라(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가 되겠다"고 밝혔다.
선반용접공에서 노동운동가를 거쳐 대통령에 오른 룰라 전 대통령을 모델 삼아 '이장에서 대통령까지'라는 슬로건으로 국민에게 다가서겠다는 취지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룰라 전 대통령은 초등학교 졸업장도 못 받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후에도 기득권층을 적으로 돌리지 않는 엄청난 정치력을 보여줬다"며 "김 지사도 앞으로 단순히 노무현 정신 계승에 그치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메시지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지사의 다소 느리면서도 쉼 없는 대선 행보를 보면서 같은 뿌리인 친노 진영 인사들도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대체로 친노 직계 인사들이 민주당 문재인 고문 쪽에 집결돼 있다면 참여정부에서 활약한 또 다른 친노 인사들은 김 지사를 향해 모여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다음달 1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릴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대선 출정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 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진전된 구상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정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측근은 "현역 지사란 점에서 PK지역의 정치적 지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지지율이 경쟁자들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지만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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