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ㆍ41)이 미국 정치권의 낙태 논쟁에 변수로 떠올랐다. 천 변호사는 중국 당국이 한자녀 정책을 빌미로 강제 낙태 및 불임수술을 강요하는 현실을 폭로한 뒤 7년 간 투옥과 가택연금을 당했다. 미 공화당과 낙태반대 진영은 천의 이런 이력을 활용, 낙태문제에 유연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몰아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전미생명권위원회(NRLC) 등 미국의 낙태반대 단체들은 생명경시 풍조와 낙태의 비윤리성을 고발한 천 변호사의 업적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낙태는 불법이다. 하지만 천 변호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구 할당을 맞추기 위해 불법 낙태가 비일비재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 "반 낙태 진영은 성(性)이 결정된 뒤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천의 존재가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공화당도 호재를 만났다. 공화당 대선후보 미트 롬니 측은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한자녀 정책 비판에 소극적인 점을 공략하고 있다. 롬니의 정책담당 선임보좌관인 알렉스 옹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 지난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정부의 한자녀 정책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며 "오바마 정부가 이 정책의 잔혹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은 올 여름 천 변호사를 의회로 불러 중국 산아제한 정책의 문제점을 청취할 계획도 갖고 있다. 크리스토퍼 스미스(공화) 하원의원은 "천 변호사는 중국 한자녀 정책의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요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천 변호사가 19일 미국에 도착한 이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국제적 관심사가 됐다. 당분간 건강 회복과 중국 내 가족의 안전 문제에 집중하겠다던 천은 최근 CNN, 로이터 등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의 낙태 비판 발언은 대선을 앞둔 오바마에게 악재가 될 게 뻔하다.
천 변호사의 측근들도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경계한다. 천의 동료이자 미국의 중국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의 밥 푸 대표는 "천에게 미국에서 낙태는 영구적이고 특히 대선 기간에 심각한 분열을 야기하는 이슈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며 "그를 정치판에 끌어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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