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후보가 30일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을 위한 강원 지역 경선에서도 이해찬 후보를 두 배 이상 차이로 누르고 승리하면서 충북에 이어 '손학규의 힘'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김 후보는 누적 득표에서도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이에 따라 '이해찬 대세론'이 저물고 '김한길 역(逆)대세론'이나 '대안론'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후보는 이날 원주 인터불고호텔에서 대의원 339명(1인2표 방식)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경선에서 179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강원 철원 출신으로 '지역 일꾼론'을 내세운 우상호 후보가 166표로 2위에 올랐고, 이해찬 후보는 82표를 얻어 3위에 그쳤다.
김 후보는 지난주 말 이후 경남, 제주, 세종ㆍ충북에 이어 4연승을 거두며 누적 득표에서도 1,921표를 기록해 1,837표를 얻은 이 후보를 84표 차이로 제쳤다. 지난 25일 이 후보의 텃밭인 대전ㆍ충남에서 선두를 내준 뒤 5일 만이다. 누적 득표에선 두 후보에 이어 추미애(1,107표) 강기정(1,106표) 우상호(961표) 조정식(859표) 이종걸(687표) 문용식(304표)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
이날 김 후보의 승리에 대해 당 안팎에선 '이해찬ㆍ박지원 역할분담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손학규 상임고문의 영향력이 크게 발휘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손 고문은 2008년 18대 총선 직후 춘천에서 칩거에 들어가 2010년 여의도 복귀 직전까지 지역 대의원들과의 스킨십에 주력했었다. 그는 이후에도 현지를 방문할 때마다 "나는 강원도 명예시민"이라며 말하면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한 대의원은 "춘천이나 원주 등 영서 지역의 충성도 높은 '손 팬'들이 비노 진영의 당 대표로 김 후보를 낙점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더해 친노직계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이 후보를 적극 돕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전 지사는 손 고문과 가까운 편이다.
4ㆍ11 총선 당시 강원 지역 전패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다수의 대의원들이 이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 후보가 배후에서 총선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고 보는 대의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경선 지역은 전북과 수도권이다. 전북은 정세균ㆍ정동영 상임고문의 영향력이 강하다. 수도권에선 또다시 손학규 고문의 위력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후보 측은 역대세론이 굳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표의 70%를 차지하는 모바일 선거가 여전히 큰 변수라는 게 중론이다. 이날 마감한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저조해 친노계의 조직 동원력을 등에 업은 이 후보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여전히 오리무중인 셈이다.
원주=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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