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13억원(100만 달러) 해외 밀반출 사건과 관련, 문제의 돈을 송금 받은 아파트 주인 경연희(43)씨를 30일 다시 불러 조사했다. 28일부터 사흘 연속 소환이다.
경씨의 귀국으로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되자 그 여파가 정연씨는 물론 2009년 검찰이 내사종결 처리했던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으로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현재 경씨가 아파트 매매 잔금으로 받은 13억원이 정연씨의 돈이라고 보고 경씨를 상대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정연씨가 미국 폭스우드 카지노 매니저였던 이달호(45)씨 형제에게 13억원을 보냈고, 이 돈이 수입차 딜러 은모씨에게 전해진 후 환치기를 통해 미국에 있던 경씨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이 보고 있는 돈의 흐름이다. 이씨 형제와 은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구체적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경씨의 진술을 받아내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만약 경씨에게서 정연씨가 이 돈의 실제 주인이라는 진술이 나올 경우, 정연씨의 검찰 소환은 불가피하다. 돈을 받은 사람의 진술이 나온 이상 준 사람을 불러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정연씨가 소환된다면 결국 검찰 수사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을 밝히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아파트 매매 잔금이 전해진 2009년 1월 정연씨의 나이가 34세에 불과했다는 점 등에 비춰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돈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돈과 관련해 지난 1월 노 전 대통령 후원자였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병원까지 찾아가 조사한 사실을 보더라도, 수사의 방향은 13억원의 출처를 규명하는 쪽이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정연씨 소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친노 진영 죽이기"라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검찰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연씨 소환 조사의 수사 실익이 거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3억원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밝혀진다 해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노 전 대통령이 이미 서거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령 13억원의 주인을 정연씨로 본다고 해도 출처 규명이 없는 한 정연씨에게 적용될 혐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검 중수부가 서거한 전 대통령의 딸을 소환하는 무리수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좀더 두고 봐야 한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노 전 대통령 가족과 무리하게 연관짓지 말아달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수부 출신의 한 검찰 간부는 "일단은 경씨의 진술이 수사의 첫 단계가 될 것 같다"며 "여러 가지 예상이 가능하지만 결국 진술을 받아내지 못하면 단순히 경씨 개인 혐의 적용 수준에서 수사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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