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군 기지를 건설하려면 마을 주민이 납득할 때까지 논의해야 합니다. 환경과 주민들의 삶 전체를 바꾸는 큰 사건이니까요.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게 민주주의죠."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팔라우 공화국에서 온 노아 이데옹(69) 전 해양자원부 장관은 29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오늘날 환경 문제가 정치적 문제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며 한국의 상황을 우려했다. 1990년부터 4년 동안 해양자원부 장관으로 팔라우 환경보존에 앞장섰던 그는 94년 자국 내 첫 환경단체인 'PCS(Palau Conservation Society)'를 공동 설립한 인물. 95년에는 세계의 풀뿌리 환경운동가에게 주는 '골드먼 환경상'을 받은 그는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 주최로 30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환경운동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이데옹 전 장관을 환경 운동으로 이끈 것은 전통 어업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었다. 미국 하와이 퍼시픽 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얻은 지식보다 달의 모양으로 물고기 산란철을 가늠하고 별자리로 어획량을 결정하며 팔라우 생태계를 지킨 옛 어부의 삶이 훨씬 더 지혜롭게 느껴졌다고 한다.
35살이던 76년 귀향한 그는 마을 단위 어업과 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300여 어종에 대한 적절한 어획량을 몸으로 아는 어부들이 바다의 상황을 마을 이장에게 보고하면 이장이 어획에 대한 지침을 내리는 전통적 의사 결정 방식을 장관 재직 시 정부 정책으로 정착시켰다.
2001년 국회의원 당선 후 3선째로 국회 대변인도 맡고 있는 그는 지금도 환경 관련 법안 입법화에 집중하고 있다. 2001년 멸종 위기 포유류인 듀공 보호법을 제정했고, 2009년에는 관광산업으로 오염된 환경을 회복하기 위해 관광객 1인 당 15달러를 걷는 '환경 수수료(green fee)'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등 지역 단위로 대응할 수 없는 환경 문제는 최근 이데옹 전 장관의 근심거리다. 그는 "팔라우에도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육지로 올라와 농작물 피해를 입거나 뜨거워진 해수 온도 때문에 산호의 색이 바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제 사회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향을 지키는 데 평생을 바친 이 환경 운동가는 "내 어린 시절의 삶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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