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29일(현지시간) 자신을 공화당 후보로 결정한 텍사스주 경선 승리의 현장에 가지 않았다. 대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주최한 대선자금 모금행사장에 찾아갔다. 롬니는 이날 트럼프와 손잡고 약 200만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추산됐다.
롬니는 이날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소개로 유대계 카지노재벌 셸던 애덜슨도 만났다. 애덜슨은 깅리치에게 2,150만달러를 지원한 큰 손이다.
롬니의 행보는 대선 본선 경쟁을 앞두고 정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만 공화당 안에서조차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와 만난 것이 득이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롬니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을 훔쳐갔다"고 평했고 USA투데이는 "롬니가 아닌 트럼프 얘기만 오갔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하와이가 아닌 케냐에서 태어나 미국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는 출생의혹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보수논객 조지 윌, CNN 앵커 울프 블리처가 바보 같거나 우스꽝스런 소리라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되레 이들을 거칠게 공격했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옥시덴탈대에서 컬럼비아대,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할 때도 비리 의혹이 있을 것이라며 오바마의 성적표를 찾아내면 거액을 제공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오바마 측은 이날 "추잡한 트럼프의 음모론을 비난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 리더십의 부재"라며 롬니를 공격했다. 롬니 측도 트럼프의 행태를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롬니 선거진영의 한 인사는 "트럼프의 오바마 신상 의혹 제기로 인해 경제와 일자리 문제로 선거 이슈를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오바마 측이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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