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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5월 31일] 정부가 올려버린 교과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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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5월 31일] 정부가 올려버린 교과서 가격

입력
2012.05.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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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들에게 제시한 임기내 100대 정책과제 중의 하나가 '교과서 가격사정(査定) 개선'이다. 교과서는 국가의 장래가 걸린 백년대계의 초석이다.

먼저 초등학교 교과서의 표지를 넘겨보자. 물려주기 위해 사용자의 실명을 쓰게 되어 있다. 필요이상의 두꺼운 종이와 스티커 붙이기를 하도록 제작된 교과서를 물려줄 수 있겠는가. 조달청 입찰에서 저가에 수주한 국정교과서 생산자들이 가격을 올려 받기 위해 두꺼운 종이와 스티커 떼어 붙이기로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조정을 신청했고, 이를 교육과학기술부와 조달청 승인을 받아 제작 공급한 것이다. 이런 교과서는 부당한 설계변경으로 정부예산을 낭비한 것도 있지만, 모순된 교과서로 초등교부터 불감증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부모는 인식을 못하고 있다 치자. 교육현장의 선생님들조차 모르는 척하고 있다. 이러한 교과서로 교육을 받은 학생은 새누리당에 흠 집을 낸 성추행과 문대성의 논문표절 같은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고, 부도덕한 자들을 공천하고 표도 던질 수 있는 모럴해저드 불감증 환자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중고교의 검정교과서와 인정교과서는 어떤가. 최근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고교 교과서 값이 지난해보다 2배정도 올라 10만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교과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교과서 가격 자율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인상의 주된 요인은 검정교과서를 인정교과서로 대폭 전환하자 교과서 값이 풀린 고교 선택과목 교과서의 경우 최대 175%까지 올랐지만 통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올해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의 교과서 값도 작년에 비해 15∼30% 오른 것은 문제가 있다. 검정교과서이기 때문에 가격사정 규정과 조달청의 인쇄비가 지난해 6월 1일 폐지돼 그러한 인상률이 결코 나올 수 없다. 반면, 검정교과서 출판사는 도산되어 가고 있다. 이유는 관변단체인 한국검정교과서(구 협회)의 높은 관리비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6차 교육과정 때보다 500%(2009년도 공고)에 달하는 지나친 검정수수료에 기인한다. 도를 넘어선 검정기준도 한몫한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인 2004년 4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유모 의원과 공동으로 '검정교과서 담합'을 지적한 바 있다. 차관시절 MB 정부의 100대 과제로 수행된 교과서 가격정책의 연구 결과를 통해 그동안 부풀려 계상하고 집행한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검정 교과서의 문제점과 부패의 실상을 잘 알고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도 이 장관은 오히려 검정교과서를 인정교과서로 전환해 결과적으로 금년처럼 교과서 값의 폭등 요인을 만들어 놓았다. 2009학년도 검정교과서 가격사정에서도 267억원이 부풀려진 것을 승인했다.

사실 교과서 비리는 3공화국 말기인 1977년 청와대 사정반의 개혁조치로 조달비리와 함께 이른바 '검인정사건'으로 처음 드러났다. 그러나 개혁 조치는 10ㆍ26 사태로 묻혀버렸고 기대를 걸었던 문민정부, 국민정부 등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거론된 적이 없다. 지난해 검정교과서 15억원의 리베이트와 8억원의 횡령비리 사건은 정부 공무원과 관련 단체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교과서 가격을 마음대로 부풀린 부패행위가 곪아 터진 것이다. 그리고 교과부가 교과서 가격사정을 하면서 조달청 인쇄비로 부풀려 이익이 너무 많자 이익을 줄이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교과서 비리 뿐만이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으로 발주하는 각급학교의 창호개선 사업과 각종 공사비를 2배 정도 부풀려 집행하는 것이 다반사다. 통치자가 조달비리를 개혁하면 국민의 혈세낭비를 막을 수 있으며 세금을 더 걷지 않고 복지사업을 충분히 할 수가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

김오수 한국원가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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