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인 대부분은 유럽통합으로 경제상황이 악화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미래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대표적인'모범생' 독일 국민과 '문제아'로 낙인 찍힌 그리스인들은 극단적 인식 차이를 보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9일 '암초에 걸린 유럽통합'이라는 제목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폴란드 체코 등 유럽연합(EU) 소속 8개국에서 3월17일부터 한 달간 진행됐으며 각국 응답자는 1,000여명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경제통합이 자국 경제를 강화시켰다는 응답은 평균 34%에 그쳤다. 긍정적 답변이 과반을 넘긴 국가는 독일이 59%로 유일했다. 반면 그리스 국민은 조사 대상 중 가장 많은 70%가 경제 통합으로 자국 경제가 나빠졌다고 대답했다. 그리스 다음으로 프랑스(63%) 영국(61%) 이탈리아(61%) 체코(59%) 순으로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EU 회원국 중 가장 열심히 일하는 국민을 묻는 질문에는 그리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독일을 꼽았다. 그리스인들은 자국 국민이 가장 열심히 일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독일을 포함한 5개국은 가장 일하지 않는 국민으로 그리스를 지목했다.
국가상황에 대한 만족도에서는 그리스가 2%로 가장 낮았다. 최근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각각 10%, 11%에 불과했다. 독일은 53%로 역시 유일하게 과반을 넘겼다.
만족도는 지도자에 대한 의견과 대체로 일치했다. 경제위기에 자국 지도자가 잘 대응한다고 답한 국민은 독일이 80%로 가장 높았고 영국도 51%로 과반이 넘었다. 그리스는 32%, 스페인은 45%였다.
앞날에 대한 전망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12개월 내에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평균 22%에 그쳤다. 그리스가 9%로 가장 낮았고, 체코 13%, 폴란드 18% 순이었다. 영국이 32%로 가장 높았고, 독일이 29%로 뒤를 이었다.
한편 유로존 잔류 여부로 주목을 받고 있는 그리스 국민 중 71%는 유로화 체제의 존속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인 중 46%는 유로화 사용이 긍정적이라는 답해 프랑스(31%), 독일(44%)보다 높았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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