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 인터넷에 접속하면 답은 쉽지. 한국에서 개통된 지 벌써 30년이나 되었다는 인터넷. 그 파란 우주 속으로 점점이 빠져듦으로 해서 발생하는 경제 규모만 해도 약 86조원이나 된다니, 그 지배 아래 놓인 우리임을 어찌 부정할까.
할 말은 우체국에 가서 편지나 엽서 안에 담고, 살 옷은 시장에 가서 입었다 벗었다 고르고, 읽을 책은 서점에 가서 집었다 펼쳤다 도로 꽂으며 온몸으로 삶을 소비했던 우리들. 그에 반해 지금은 어떤가. 남편보다 택배 기사가 더 간절히 기다려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만큼 인터넷을 통한 원 클릭 쇼핑에 주말마다 쌓이는 건 온갖 경험이 아니라 누런 재활용 종이 박스가 아닐는지.
몸 전체의 감각을 종합한 신중함이 아니라 오로지 눈에 기댄 조급함으로 우리는 실례합니다, 라는 말을 배운 게 아닌가 싶은 요즘이다. 뉴스로 기사화되자마자 아메바처럼 무섭게 증식하는 말과 말의 그물 속에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최후를 맞는 이들이 왕왕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쓰면 되지 뭘 그깟 걸 가지고… 라며 씩씩했던 나라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그 심정, 혀 깨물 지경이긴 하였거늘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속 내 다리가 8자로 휜 들, 뭐가 지나다니게 생겼든, 그게 시 쓰는 나와 무슨 상관이랴. 연예인으로 살 수 없게 평균율로 낳아주셔서, 부모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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