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길 위의 이야기/5월 31일] 급할수록 돌아가자는 얘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5월 31일] 급할수록 돌아가자는 얘기

입력
2012.05.30 12:12
0 0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 인터넷에 접속하면 답은 쉽지. 한국에서 개통된 지 벌써 30년이나 되었다는 인터넷. 그 파란 우주 속으로 점점이 빠져듦으로 해서 발생하는 경제 규모만 해도 약 86조원이나 된다니, 그 지배 아래 놓인 우리임을 어찌 부정할까.

할 말은 우체국에 가서 편지나 엽서 안에 담고, 살 옷은 시장에 가서 입었다 벗었다 고르고, 읽을 책은 서점에 가서 집었다 펼쳤다 도로 꽂으며 온몸으로 삶을 소비했던 우리들. 그에 반해 지금은 어떤가. 남편보다 택배 기사가 더 간절히 기다려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만큼 인터넷을 통한 원 클릭 쇼핑에 주말마다 쌓이는 건 온갖 경험이 아니라 누런 재활용 종이 박스가 아닐는지.

몸 전체의 감각을 종합한 신중함이 아니라 오로지 눈에 기댄 조급함으로 우리는 실례합니다, 라는 말을 배운 게 아닌가 싶은 요즘이다. 뉴스로 기사화되자마자 아메바처럼 무섭게 증식하는 말과 말의 그물 속에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최후를 맞는 이들이 왕왕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쓰면 되지 뭘 그깟 걸 가지고… 라며 씩씩했던 나라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그 심정, 혀 깨물 지경이긴 하였거늘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속 내 다리가 8자로 휜 들, 뭐가 지나다니게 생겼든, 그게 시 쓰는 나와 무슨 상관이랴. 연예인으로 살 수 없게 평균율로 낳아주셔서, 부모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