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법화경 7만자 전각한 조성주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법화경 7만자 전각한 조성주씨

입력
2012.05.30 12:11
0 0

“날리는 돌가루에 비염을 얻는 바람에 환갑을 넘겼지만 애들처럼 콧물을 달고 다닙니다.”

법화경 전문 7만여자를 전각으로 새겨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불광전’을 열고 있는 서예ㆍ전각가 국당 조성주(61)씨의 말이다. 연신 훔쳐야 하는 콧물 탓에 괴로울 법도 했지만 싱글벙글이다. 4억원어치 5톤 분량의 석인재를 일일이 깎고 다듬느라 지문이 다 사라졌지만, 2,000여일 간의 고행이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씨는 “주말엔 하루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1,300㎡의 공간에 최대 높이 1.5m, 길이 70m로 전시된 그의 전각은 세계 불교미술사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는 “인장 재료인 석인재에 글씨와 그림을 그리고, 이걸 다시 퍼즐과 모자이크 방식으로 디자인했기 때문에 설치미술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시에 앞서 세계기네스북 등재를 위해 한국기록원에 신청서도 제출했다.

묘법연화경으로도 불리는 법화경은 불교 경전 가운데서도 귀하게 여겨지는 경서다. 국내에선 불교 천태종의 주경문으로 쓰이지만, 법화경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최근엔 조계종 등에서도 사경(축복을 받기 위해 경문을 베껴 쓰는 일)이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 옮겨 적는 일도 간단치 않은 일을 돌에 일점일획을 새겨서 만들었다.

“6년 전 보증을 잘못 서 생긴 경제적 어려움으로 실의에 빠진 적이 있어요. 그 때 지인으로부터 건네 받은 법화경을 수백 번 읽으면서 수행한다는 마음으로 불경을 전각석에 새겨 넣었지요.”

이런 작품 활동은 처음이 아니다. 1997년 금강경 전문 5,400여자를 세계 최초로 1,200여방의 전각 작품으로 완성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완성에 무려 10여년이 걸렸다. 이후 2006년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당 조성주의 캘리그래피전’을 열어 서예와 디자인의 접목을 시도하는 등 여러 실험도 했다.

이번 작품은 분량으로만 봐도 금강경 완각의 10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미쳤다”는 이야기도 더러 듣는다. “이 일로 제 마음의 평화를 얻었으면 됐죠.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전시는 6월 4일까지 열린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