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39ㆍ한화)가 올 시즌 최소 이닝을 소화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박찬호는 지난 29일 대전 삼성전에서 3.2이닝 동안 5실점 했다. 안타는 7개를 맞았고 몸에 맞는 볼 3개를 포함해 4사구는 4개였다. 주목할 점은 플라이볼 비율이다. 박찬호는 5월 들어 부쩍 플라이볼이 늘고 있다. 4월엔 리그 최고 수준의 땅볼 유도로 위기를 벗어났지만 5월엔 점차 외야로 가는 타구가 많다.
박찬호는 원래 플라이볼 투수다?
박찬호는 원래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다. 일본 무대에 진출하기 전 2009년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땅볼 아웃/플라이볼 아웃(GO/FO) 비율은 0.86(116/135)였다. 빅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뛴 1996년 이후에도 플라이볼이 땅볼 보다 1.5배 가까이 높았다.
그러나 올 시즌 국내로 돌아온 뒤에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박찬호는 4월까지 땅볼 32개, 플라이볼 13개로 GO/FO가 무려 2.46이었다. 이는 리그 에이스로 꼽히는 류현진(한화) 윤석민(KIA) 니퍼트(두산) 보다 높은 수치로 당시 LG 이승우(2.80) 다음으로 땅볼 유도가 가장 많은 투수였다.
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 등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예리하게 꺾이는 변화를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SK 정근우와 LG 이진영 등은 "박찬호 선배의 공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좀처럼 정타로 쳐내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고, 실제로 공 윗부분을 때린 타구는 내야수들 글러브에 걸려들었다.
하지만 30일 현재 박찬호의 GO/FO는 1.64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땅볼이 64개로 플라이볼 39개 보다 많은 수치지만 타자들이 박찬호의 변화 무쌍한 공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 또 변화구의 회전력이 떨어져 커터의 움직임도 조금 밋밋해졌다.
몰리면 맞는다
박찬호는 29일 경기 내내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아 고전했다. 올 시즌 생존 전략 중 하나인 자신 있는 몸쪽 승부도 이날은 시원치 않았다. 노련한 박찬호는 의식적으로 타자 몸쪽으로 공을 바짝 붙였지만 오히려 3개의 사구로 이어졌다. 또 최고 시속이 147㎞가 찍힌 직구는 높았고 위닝샷으로 던진 변화구들도 한 가운데로 몰렸다.
이승엽과의 승부가 대표적이다. 박찬호는 2회 볼카운트 1-1에 시속 143㎞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다 큼지막한 중견수 플라이를 허용했다. 완벽한 실투로 조금만 힘이 실렸다면 홈런으로 연결될 뻔했다. 4회 2사 만루에서도 제구가 되지 않았다. 첫 타석 빠른 공에 완벽한 타이밍을 잡은 이승엽은 145㎞ 투심 패스트볼을 2타점짜리 우전적시타를 터뜨렸다. 포수는 바깥쪽으로 빠져있었지만 박찬호의 손을 떠난 공은 가운데로 몰렸다.
이용철 KBS N 해설위원은 30일 "우타자 몸쪽으로 휘는 싱커성 공은 정말 예리했다. 땅볼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공이었다"며 "그러나 직구가 높았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다. 공이 뜰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제 경기는 커터로 던진 공이 조금 밋밋했다. 슬라이더에 가까웠다"며 "하지만 매 순간 집중하는 모습은 분명 뛰어나다. 땅볼을 유도하며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곧 나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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