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축구는 스플릿 시스템으로 치러진다. 16개 구단이 홈 앤드 어웨이로 28라운드를 치러 1위부터 16위까지 순위를 정한 후 상(1~8위)ㆍ하(9~16위) 그룹으로 나뉘어 홈 앤드 어웨이를 통해 최종 순위를 가린다. A매치 휴식기에 돌입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는 1차 리그의 정확히 절반을 소화했다. 매 시즌 그렇지만 올 시즌에도 개막 전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고 있다.
공포의 이름, 데몰리션 콤비
14라운드까지 소화한 30일 현재 FC 서울이 9승4무1패(승점 31)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당초 서울은 전력 강화 요인이 많지 않아 선두 경쟁은 힘에 부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데몰리션 콤비(데얀-몰리나)'의 파괴력은 일반의 예상을 모조리 깨뜨렸다. 문자 그대로 가공할 위력이다. 데얀은 10골로 득점 레이스 선두를 달리고 있고, 몰리나는 도움 선두(8개)를 달리며 득점에서도 2위(8골)에 올라 있다. 순도도 높다. 서울이 이긴 9경기 중 데얀이 5경기, 몰리나가 3경기에서 결승골을 뽑아냈다. 현재까지의 활약만 놓고 보면 프로축구 역대 최강 콤비라는 수식이 모자라지 않는다.
나이, 숫자에 불과하다
이동국(전북)과 김은중(이상 33ㆍ강원)은 1990년 후반 'K리그 르네상스 시대'의 주역이다. 소녀 팬을 몰고 다녔던 외모는 어느새 중후해졌지만 날카로움만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관록이 붙은 결정력은 전성기 이상이다.
외국인 공격수가'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이동국과 김은중 만이 나란히 7골을 기록하며 토종 킬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이동국은 성남과의 개막전(3-1)에서 2골을 터트리며 김도훈 성남 코치의 프로축구 최다 득점(114골)을 넘어섰다. 26일 수원전(3-0)에서는 도움 2개를 추가, 프로축구 사상 5번째로 50골-50도움을 달성하는 기록도 세웠다. 통산 122골 50도움을 수확한 이동국의 신기록 행진은 시즌 내내 이어진다. 지난 시즌 제주에서 6골로 주춤했던 김은중은 팀 득점(14)의 절반을 홀로 책임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두 토끼 몰이 쉽지 않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 석권에 도전한 K리그 팀은 많다. 그러나 한 팀도 성공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 대대적으로 전력을 강화한 성남이 '두 토끼 몰이'를 야심차게 선언했지만 실패에 그쳤다. 전북은 중앙 수비수들이 잇달아 부상을 당하는 악재 속에 2012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성남은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16강에서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에 졌다. '두 토끼 몰이'의 빡빡한 일정 탓에 정규리그 10위로 처진 성남은 갈 길이 급하게 됐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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