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1세기 문학의 가능성 스토리텔링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1세기 문학의 가능성 스토리텔링에"

입력
2012.05.30 11:32
0 0

소설을 한자로 쓰면 '小說', 작은 이야기란 뜻이다. 특정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 이를 겪는 인물의 반응은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 일부 드러나고, 일부는 숨겨진다. 독자는 소설을 읽으며 화자의 진술이 숨기고 있는 것, 사건과 사건 사이 틈을 상상하며 온전한 이야기로 복원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의 진실, 인간의 내면 같은 메시지들이 예술적으로 승화된다.

김주연(71)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21세기 문학의 가능성을 이 '작은 이야기'의 힘에서 찾는다. 12번째 평론집 (문학과지성사 발행)는 이런 문학관을 집약하고 있다. 요컨대 사소한 사건(미니멀)을 찾는 여행(투어)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21세기 문학의 형태라는 것이다. 그는 책머리에서 '문학은 이제 스토리 만들기와 관련된 모든 작업들을 그 이름으로 껴안을 수 있게 된다'고 썼다.

30일 숙명여대에서 만난 그는 "디지털 시대에 문학의 개념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며 "(오늘날 문학은) 거대 담론이 무너진 사소함의 세계"라고 말했다. 소설집 등 정영문의 작품을 분석한 비평 '미니멀 투어 이야기 만들기'에서 제목을 따왔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을 쓰는 게 정영문 소설의 특징이죠. 별로 의미 없고, 난해하고, 어찌 보면 재미도 없는 소설인데 평단의 평도 좋고, 국내외에서 인기도 많아요. 사소한 일들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링의 힘 때문이죠. 정영문 소설뿐만 아니라 최근 10년 내에 한국 소설의 일반적인 경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부 작가론에 실린 김숨, 편혜영 등 40대 소설가들 역시 이런 흐름에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소설가 김영하를 주목했다. 김영하의 문학관은 '자신의 문학이 근대문학임을 당당하게 들고 나'올 정도로 진부하지만, '이야기를 수집하고 경영한다'는 표현 방식에 있어서 다분히 탈근대적이라는 것. 김 교수는 "김영하는 작고 사소한 세계를 관광객 투어 하듯 들여다보는 서사의 관리자"라고 평했다.

2005년 이후 7년 만에 낸 비평집은 이렇듯 2000년대 문단의 변화를 담고 있다. 이인성, 오정희, 이청준 등 소설가들의 작가론을 묶은 1부, 김기택, 김혜순 등 중견, 원로 시인들의 작가론과 2000년대 한국시단을 분석한 2부, 한국문학에 대한 논평을 담은 3부로 구성됐다. 특히 3부 논평에서는 최근 매체융합에 따른 문학의 위상 변화, 한국문학의 번역과 세계시장 진출 등에 관한 다양한 제언을 담았다. 잘못 흘러가고 있는 인문학 교육과 대학제도, 대중과 소통을 외면한 일부 작가와 평론가들에 대한 비판, 시 읽는 독자보다 시 쓰는 시인이 더 많은 한국의 시단에 대한 비판도 이어진다.

김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작가나 평론가가 시대 변화로 문학이 핍박 받는 것 같은 포즈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난해한 서술로 소통을 외면한 문학작품과 비평을 비판했다. 책에 썼듯이, 21세기에도 여전히 '문학은 혼자 잘난 체하는 어떤 화석화된 관념이 아니라 그 스스로 변화와 생성, 파괴를 거듭하면서 인간을 부단히 자유롭게 하는, 말하자면 '움직이는 충격'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문학의 본질은 문학이 문화산업의 일부로 평가되면서 영상매체와 혼융을 이루어가는 오늘의 현실에서 때로 심각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고려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