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29일 텍사스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 11월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맞설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롬리로선 이날 경선 승리로 자신의 영웅인 아버지의 꿈을 절반 이뤘다는 의미가 무엇보다 크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아버지 조지 롬니는 트럭에 페인트를 싣고 다니며 판매하다 자동차 회사를 일궈낸 뒤 미시간 주지사까지 지냈다. 그러나 1968년 당내 대선 경선에서 패배, 대통령의 꿈을 접었다. 그로부터 44년 뒤 아들 롬니가 경선 재수 끝에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대의원 과반수(1,144명)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11월6일 대선 본선까지 남은 시간은 165일. 롬니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다면 미국 정치사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에 버금가는 기록과 의미를 지니게 된다.
공화당 경선은 초반만 해도 2부 리그로 평가됐다. 오바마 재선을 막기 힘들 거란 판단에 따라 스타급 후보들이 경선 출마를 포기했다. 그 틈에 돈 많은 롬니, 정치적 실업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등이 출마 기회를 잡았다는 게 냉정한 해석이다. 성추문으로 낙마한 흑인 사업가 허먼 케인이 경선 초반 1위를 질주한 것이 반증이다. 물론 롬니는 ‘오바마를 이길 유일한 후보’‘경제 대통령 후보’란 점에서 일찍부터 유력 후보에 꼽혔다. 하지만 온건보수 성향의 롬니는 공화당의 지명을 받기엔 약점이 많았다. 그는 종교적 소수인 모르몬 출신에다 보수의 본산인 남부가 아닌 북동부 출신이다. 롬니가 정통 기독교도가 아니란 사실은 앞으로도 계속 그를 괴롭힐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조사에서도 미국인 4명중 1명이 이 문제를 우려했다. 이는 히스패닉, 여성, 흑인 대통령에 대한 우려보다 높은 수치다.
롬니는 공화당 보수층의 경계심을 풀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대선에 승리한다면 롬니는 케네디, 부시 가문에 이은 정치 명가를 탄생시키게 된다.
롬니는 이날 성명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충분한 대의원수를 확보하도록 지지를 보낸 것에 감사한다”며 대선 승리를 장담했다. 그러나 본선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지는 않다. 롬니는 지지율에선 오바마와 박빙의 게임을 펼치고 있지만 대의원 숫자(추정치)에서는 오바마에 크게 뒤지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들은 대선 본선 승리에 필요한 대의원 270명 중 오바마는 30명, 롬니는 70명 가량 부족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롬니의 공화당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은 8월 27일 텍사스 탬파에서 열릴 전당대회에서 이뤄진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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