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고수해온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오너2세를 등기임원으로 선임한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경영으로 재편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리안리는 내달 13일 열리는 2011회계연도(2011년4월~2012년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원종규(사진) 전무를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원 전무는 코리안리의 대주주인 원혁희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1986년 코리안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경리부장과 해상보험, 리스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오너 2세가 등기임원에 오른 건 회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코리안리는 1978년 공기업에서 재보험 주식회사로 탈바꿈한 후 줄곧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현재도 원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만, 실제 경영은 1998년부터 전문경영인인 박 사장이 총괄해 왔다. 원 회장 일가가 2006년 이후 지분 20% 이상을 갖고 있지만, 경영은 박 사장에게 전적으로 맡겨 온 것이다.
박 사장은 외환위기인 1998년 당시 코리안리가 2,800억원의 당기손실로 파산 직전일 때 취임해 흑자 전환시켰을 뿐 아니라, 회사를 아시아 1위 재보험사로 성장시켰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으로 5연임에 성공, 14년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박 사장의 임기(2013년 7월 14일)를 1년여 앞두고 원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선임됨에 따라 보험업계 안팎에선 본격적으로 오너2세 경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코리안리 측은 “작년 11월 금감원에서 대표이사와 감사 외에 등기임원을 한 명 이상 선임해 대표이사 유고에 따른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금감원이 대표이사가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세우라고 주문했고, 이에 따라 직책상 서열 2위인 원 전무를 등기임원에 올린 것이란 설명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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