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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숲에 다시 온 야생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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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숲에 다시 온 야생오리

입력
2012.05.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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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나 습지 등 물가에서 주로 번식하는 흰뺨검둥오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구도시철도공사 본사 사옥 4층 테라스에 11마리의 새끼를 부화했다. 콘크리트 숲 속에 둥지를 튼 야생조류와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대구 달서구 상인동 대구도시철도공사 본사 건물 4층 테라스에 11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흰뺨검둥오리가 발견됐다. 지난해 6월 이곳을 찾아 10개의 알을 부화한 데 이어 2년 연속이다. 알을 품은 지 26일만에 부화하는 것을 고려하면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것은 4월 중순쯤으로 추정된다.

어미오리는 지난해 6월 이곳을 찾은 오리와 동일개체로 보인다. 박희천(경북대 생물학과 교수) 경북대 조류환경생태연구소장은 "서식지의 파괴와 뱀 들고양이 등 천적을 피해 요즘엔 도시의 빌딩 등에 산란하는 일이 늘고 있으며, 이곳도 근처에 저수지(도원지)가 있지만 가운데 섬도 없고 도로 등 위험요인이 많다"며 "어미오리가 지난해 인간이 먹이도 주는 등 잘 해 준 데다 주변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야생조류가 더 이상 콘크리트건물에 둥지를 틀지 않게 하려면 저수지에 '오리섬'을 만드는 등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사측은 곧바로 가로 9m 세로 6m의 작은 풀을 만들고, 천적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높이 1.7m가량의 울타리도 쳤다. 지난해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4마리가 한꺼번에 죽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비바람을 피할 대피소도 마련했다. 담당직원을 정해 수시로 미꾸라지 등 먹이를 주는 한편 '오순이'라는 애칭도 붙였다. 곧바로 도원지 등에 방사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날기 전까지 키워도 된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한 달여 먹이를 주고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연휴 직후인 29일 1마리가 실종됐다는 비보가 날아 들어 도시철도공사에 비상이 걸렸다.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 1마리를 찾기 위해 4층 테라스는 물론 1층 바닥을 샅샅이 뒤졌지만 흔적조차 없었다.

임직원들이 지목하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까치. 지난해에도 새끼를 낚아 채 가려는 까치의 횡포가 여러 차례 목격됐기 때문이다. 까치가 날아들면 어미 오리는 새끼들을 날개 아래 품고 잔뜩 경계하곤 했다. 공사 관계자는 "까치가 사람이 있을 때는 얼씬도 않더니만…"하며 안타까워했다. 박 교수도 "까치가 아니면 까마귀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동의했다.

류한국 신임 사장은 "직원들 모두 '길조'라며 반기고 있"며 "한 두 달 뒤엔 경북대 조류환경생태연구소에 넘겨 야생적응훈련을 거친 뒤 자연에 방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의 경우 6월 10일쯤 테라스 귀퉁이 소나무 아래에서 알을 품는 오순이가 발견됐다. 열흘만에 10마리를 부화했으나 1주일도 되지 않아 4마리가 죽었고 한달 여 뒤 경북대로 보내져 남은 6마리 모두 자연으로 안전하게 돌아갔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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