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성골'로 분류되던 '영포(영일ㆍ포항)라인'이 정권 8개월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끝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이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뒷수습 과정에 청와대 내 또다른 영포라인 멤버인 이상휘(49)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포라인의 전횡이 하나둘 수면 위로 드러나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의 고향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맥인 영포라인은 MB정권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선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중추였던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김충곤 전 점검1팀장이 영포라인이다. 지원관실의 비선 라인을 이끈 이영호 전 비서관, 불법사찰 증거인멸 과정에 개입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도 영포라인 출신으로 검찰 재수사를 통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원관실을 'MB 친위대'로 만든 설계자로 지목된 박 전 차장은 숱한 의혹사건에서 수사망을 빠져나가다가 최근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으로 구속됐다.
29일 검찰에 소환된 이상휘 전 비서관 역시 포항 출신으로 정권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에 근무하며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춘추관장, 홍보기획비서관 등 요직을 역임했다.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차장 직계 라인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서관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지난해 중순 장진수(39) 전 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금품을 줬다는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은 "선의의 지원"이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당시 장 전 주무관이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 폭로를 고민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전 관장이 건넨 돈 역시 입막음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장 전 주무관을 알지도 못했던 이 전 비서관이 그에게 금품을 건넨 것은 청와대 내 영포라인이 불법사찰 사건 뒷처리를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불법사찰 지시→실행→결과 보고→뒷수습' 등 일련의 과정에 영포라인 인사들이 빠짐없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이상, 검찰 수사의 최종 타깃도 영포라인으로 좁혀지고 있다.
불법사찰 사건뿐 아니라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에서도 영포라인은 등장했다. 이 사건으로 영포라인의 대부로 통하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라인의 구심점 역할을 한 박 전 차장은 결국 구속됐다. 또 박 전 차장의 자금관리인 역할을 했던 '포항 실세'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의 존재도 새로 드러났다. 중국에서 사실상 도피 중인 이 회장은 이 전 비서관과도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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