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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보단 진로 설계" 셋넷학교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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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보단 진로 설계" 셋넷학교의 실험

입력
2012.05.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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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홀로 탈북해 서울에 정착한 이철만(23)씨는 한때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대학 진학의 꿈도 키웠지만 생각을 바꿨다. 탈북학생 열에 아홉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대부분 중도 포기하는 현실 때문이다. 생각을 고쳐먹은 그는 최근 강원 원주시로 내려갔다. 셋넷학교가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어서다. 이 학교는 대학진학에만 초점을 맞춘 획일적 탈북청소년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진로 적성 찾기 교육을 하는 탈북청소년 교육기관. 이씨는 "자격증을 따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게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셋넷학교는 지난 10년동안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었다. 그러다 지난 4월 원주에 추가로 학교를 세웠다. 탈북자도 지역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고 탈북자 8명이 여기에 동참했다.

실제로 국내 탈북청소년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탈북 이후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 학습 단절로 인한 기초학습 부족 문제가 탈북청소년들의 발목을 잡는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은 기초학력 부족에 더해 문화적 이질감까지 겹치면서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탈북청소년 4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탈북청소년 교육 종단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생활에서 희망이 없고, 힘들고 후회할 일이 많아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이 10% 가까이나 될 정도다. 10년 이상 탈북자 신변 보호를 맡아온 한 경찰은 "서울은 남한 사람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곳인데, 수십년 동안 떨어져 살던 탈북자들은 오죽하겠냐"며 "힘들게 대학까지 나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하다 범죄에 빠져드는 탈북청소년도 많다"고 말했다.

셋넷학교가 진로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직업교육을 실시하진 않는다. 대신 하우스 농사를 짓는 시인, 개 조련사, 도배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준다. 박상영 셋넷학교 교장은 "학생이 원하면 언제든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기초학력을 키워주는 한편 꼭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진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러기 위해서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민(21)씨는 원주로 온 지 두 달 만에 굴삭기 운전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박씨는 "포크레인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난 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원주에 정착해 포크레인 최고 기술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강주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연구위원은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특히 고교 이후에 온 친구들은 노동시장에 들어가기 더 어려운 만큼 취업이라든가 진로지도에 있어서 1대1 맞춤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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