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중국대사관 외교관이 외국인 등록증명서를 불법으로 발급받아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일본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중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아 악재가 이어지는 양국 관계가 스파이 논란으로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대사관 1등 서기관인 이 외교관(45)은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기관인 총참모부 제2부 소속으로 2007년 7월 주일 중국대사관에 경제담당으로 부임했다.
외교관은 치외법권은 인정받지만 은행계좌 개설이나 돈벌이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외교관은 과거 도쿄대 연구원 시절 취득한 외국인 등록증명서를 이용, 2008년 일본 시중은행 계좌를 개설했고 이 계좌를 통해,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건강보조식품판매회사로부터 자문 대가로 월 10만엔 가량을 받았다. 그는 이 회사가 홍콩에 설립한 자회사 임원으로 취임, 2009년 수십만엔의 보수를 받기도 했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이 외교관은 1989년 6월 인민해방군 산하 외국어 학교를 졸업한 뒤 총참모부에 들어갔으며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신분을 속이고 일본을 왕래하며 정보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3년 후쿠시마현 스카가와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중국 뤄양시 직원을 사칭해 스카가와시중일우호협회의 국제교류원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4년간 거주하며 양국관계에 대한 논문을 썼다. 97년 중국으로 돌아가 중국사회과학원의 일본연구소 주임을 거친 그는 99년 4월 다시 일본을 방문, 일본 정치인의 산실인 마쓰시타정경숙에 해외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다. 당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郎) 외무장관 등이 그곳에 수학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겐바 장관은 이 외교관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2003~2007년에는 도쿄대 부속 동양문화연구소의 공공정책대학원에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경찰조사 결과 그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본어 실력이 뛰어났고 일본 문화와 제도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경찰은 중국이 자국 스파이가 일본의 요인 등과 접촉할 경우 1인당 1만엔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 외교관이 고문료 등으로 받은 돈은 첩보 활동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각 분야를 두루 거치며 쌓은 인맥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공안당국은 이달 중순 외국인 등록증명서를 부정 경신한 이 외교관에게 외국인등록법위반 혐의로 출두하라고 요청했지만 중국대사관은 출두를 거절했으며 그는 같은 날 나리타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돌아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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