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어디로 갔는가.”
지난해 ‘아랍의 봄’ 시위로 쟁취한 이집트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보수세력 간 대결로 압축되자 시민들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61)와 구체제에서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71) 후보가 내달 16, 17일 치러지는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 직후‘혁명의 성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 주먹을 흔들며 “자유, 혁명”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시위 참가자는 “종교국가와 독재국가 사이의 선택을 할 수는 없다”며 “그러면 우리가 이룬 것은 물거품이 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무르시와 샤피크는 혁명세력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무르시는 의회 권력의 47%를 차지한 무슬림형제단의 조직력 덕을 봤고 샤피크는 혁명에 회의적인 보수층의 몰표를 얻었다. CNN방송은 “지난해 시위를 주도한 혁명세력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몰아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선거에 필요한 정치조직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일부 시위대는 카이로에 있는 샤피크의 선거본부에 난입했다. 이들은 유리창을 깨고 포스터 등 선거홍보물을 찢었으며 사무실에 불을 질렀다. 샤피크 측은 “불은 곧 진화됐으며 다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8명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샤피크의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피크는 지난달 무바라크 체제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출마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돼 후보 자격이 박탈됐으나 자신이 입후보한 뒤 만들어진 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선거에 나섰다. 이집트 헌법재판소는 내달 이에 대한 심리를 열 예정이다.
시위는 카이로뿐 아니라 지중해 연안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다른 도시에서도 일어났다. 대선에서 3위를 차지한 좌파 성향의 함딘 사바하(68) 후보가 득표율 1위를 차지한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시위대가 무르시와 샤피크의 선거본부 공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집트 선관위는 23, 24일 치러진 대선 1차투표의 투표율은 46.2%라고 밝혔다. 무르시의 득표율은 24.3%, 샤피크는 23.3%를 얻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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