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건양대병원은 300억원을 들여 연면적 8,665㎡,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 암센터를 지난해 11월 개원했다.
병원의 모든 직원은 가슴 한켠에 'World Quality with Love(세계적 수준의 의료, 가족 같은 사랑)'라고 적힌 노란 배지를 달고 근무한다. 세계적 의료기관으로 비상하자는 강렬한 의지가 묻어난다. 모든 면에서 '월드 클래스'를 지향하는 그들의 노력은 암센터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도권은 물론 영호남에서도 2시간이면 닿는 국토 중심이란 입지여건은 굳이 내세우지 않는다. 암센터는 주요 암 종류별로 여러 진료과가 협진하는 '암 전문팀 진료 시스템'을 갖췄다. 환자가 진료과를 돌아다닐 필요 없다. 의료진이 환자 상황에 맞는 최적 치료법을 찾아내 통합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때문에 진단부터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부분 2주안에 끝날 정도로 일사천리다.
암센터는 위 간 대장 갑상선 폐 전립선 등 9개 전문팀이 대기하고 있다. 이른바 '스타 의사'도 수두룩하게 포진했다.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유형식ㆍ최규옥 교수를 비롯해 뇌종양 수술의 권위자인 서울삼성병원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 췌장암 생검술을 보유한 최용우 교수, 간암 복강경 절제술의 권위자인 최인석 교수 등이 영입됐다. 또 흉강경을 이용한 폐암 수술의 권위자인 김영진 교수가 환자를 맞고 있다. 김 교수는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자 등 고위험 폐암군 환자를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뒤 최단시간에 수술하는 명의로 손꼽힌다. 이밖에도 강영우(간) 윤대성(유방) 최원준(대장) 교수 등 명의가 빼곡하다.
최첨단 의료장비도 빼놓을 수 없다. 건양대병원은 2007년 방사선 암치료 장비인 로봇사이버나이프를 국내 최초로 갖췄다. 암센터 개원에 즈음해선 치료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오류가 매우 낮은 래피드아크를 도입했다. 두 장비를 동시에 보유한 병원은 국내서 4개뿐이다. 래피드아크는 하나의 회전축을 기준으로 방사선 치료의 3가지 요소인 ▦방사선량 ▦조사 모양 ▦조사 방향을 가장 이상적으로 결합한 암치료장비다. 치료 시간이 매우 짧아 환자가 치료 중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환자의 미세한 움직임 탓에 빚어지는 치료 오류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반 CT보다 최대 32배 이상 빠른 속도로 검사를 진행하는 128채널 CT도 돋보인다. 어린이나 노인, 응급환자 등에게 진정제를 투입하지 않고도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다. 환자의 방사선 피폭량을 최소화하면서 초미세 영상화질을 제공하기 때문에 뇌혈관 질환이나 흉ㆍ복부의 각종 장기 검사가 가능하다.
건양대병원이 내세우는 또 다른 강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치료비용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승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지만 종합병원급으로 남아있다. 환자에게 진료비 등 부담을 덜 주려는 정성이 깔려있다. 암센터는 논산 부여 공주 등 대전 근교에서 어렵게 내원하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가능하면 당일 모든 검사를 마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암으로 판정나면 즉시 입원할 수 있도록 도와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중부권 대학병원 가운데 최초로 국제의료기관평가(JCI) 인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의료서비스 평가기관인 JC 소속 컨설턴트 3명은 지난 3월 건양대병원을 방문해 진료와 진단과정 등 14개 영역, 1,216개 항목을 평가했다. 건양대병원은 이번 평가에서 ▦규정관리 ▦환자관리 ▦약품관리 ▦효과적인 의사소통 정책 등에 대한 체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컨설팅 책임자인 토마스 박사는 "건양대병원은 전반적으로 준비가 양호해 빠른 기간안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건양대병원은 보완대책을 마련해 연내 JCI 인증을 받겠다는 열의를 다지고 있다.
건양대병원 박창일 의료원장은 "JCI 인증 도전은 지금까지 환자를 진료하면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선례들을 되짚어보는 좋은 계기"라며 "JCI인증 기준에 맞는 원칙을 재정비해 명실공히 국제적 수준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최정복기자 cj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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