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39ㆍ가명)씨는 며칠 전 휴대폰 사용요금 고지서에 '소액결제 20만원'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휴대폰으로 무엇을 사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아들(8)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즐겨 하던 게임 '에어펭귄' 에서 아이템 구입을 위해 현금처럼 사용하는 사이버머니를 결제했던 것이다. 이씨는 해당 업체에 남은 사이버머니라도 환불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환불 불가를 이미 공지했다'며 거절당했다.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자녀가 게임을 하다가 구입한 사이버머니를 환불해달라는 민원이 크게 늘고 있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840건이던 관련 민원은 올해 1분기 2,443건으로 1년 만에 3배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사이버머니는 간단한 절차로 큰 금액이 결제될 수 있어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에어펭귄'의 경우 게임 도중 사이버머니인 물고기 그림을 선택하면 '3만3,000원이 휴대폰 요금고지에 합산 청구된다'는 안내창이 뜨고, '결제' 버튼을 누르면 바로 결제된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사용요금이 1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게임 팝업창 등을 통해 '청약철회 불가능'이라는 불법적 규정을 앞세워 환불을 거부하는 실정이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사용하지 않은 사이버머니는 구입 후 7일 이내 환불해줘야 한다.
이날 공정위는 허위사실로 소비자의 청약철회 등을 방해한 게임빌, 컴투스, 넥슨코리아, 일렉트로닉아츠코리아, NHN 등 16개 회사에 시정명령과 과태료 6,400만원을 부과했다. 성경제 공정위 전자거래팀장은 "이른 시일 내 환불규정 등을 명시한 게임표준약관을 제정하고, 결제단계에서 구매의사 확인을 의무화 해 소액결제 피해를 방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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