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와카마츠 코지(76ㆍ若松孝二)는 문제적 감독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건설현장 노동자(야쿠자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를 거쳐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1960년대 일본영화를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다. 그는 '핑크영화'(일본의 저예산 에로물)에 극단적인 폭력과 대범한 성 묘사를 담아 1960년대 일본 정부의 심의정책에 맞섰다.
단순한 에로물을 넘어 정치적 의미를 다룬 영화 '벽 뒤의 비밀'(1965) '천사의 절정'(1972) 등을 만들며 그는 '핑크영화계의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10년 일본 군국주의를 비판한 '캐터필러'로 테라지마 시노부에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안겼다. 세계 영화계에 외설 논란을 일으킨 '감각의 제국'(1976)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와카마츠는 일본 현대사의 문제적 인물인 시인 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삶을 그린 영화 '11.25 미시마 유키오가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날'로 27일(현지시간) 폐막한 제65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26일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미시마가 왜 자살했을까 하는 의문에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11.25…'는 군국주의자 미시마가 1970년 11월25일 일본 육상자위대의 한 부대에서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다 할복자살을 감행하기까지 4년 간의 행적을 좇는다. 자위대에서 군사훈련을 체험하고 일본 좌익들에 맞서기 위해 민병대 조직을 만든 그의 모습을 기록 영상을 섞어 보여준다. 영화는 미시마의 삶을 단순 미화하거나 섣불리 비판하기보다 마지막 4년을 돌아보며 그가 자살에 이르게 된 과정, 당대 일본사회가 품은 정서들을 객관적으로 전하려 한다.
와카마츠는 "2008년 적군파에 관한 영화 '연합적군'을 만든 뒤 일본 극우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좌우 양극단을 보여주면 일본사회 이념의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사람들은 왜 미시마가 자살했는지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다"며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옳은 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와카마츠는 "많은 책을 써서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얻은 사람이 장난감 같은 군사조직을 만들고 자살했을 당시엔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관련 문서를 읽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미시마 추종자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뒤 생각이 바뀌었다"며 "그의 자살은 개인의 돌출 행동이 아닌 일본사회를 상징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당시 인물들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해 사실성을 강조한다. 와카마츠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실명을 사용하면 우익단체에 의해 암살 당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들었으나 아직까지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당시 사건을 묘사하려 한) 진심이 통해서인지 우익단체가 오히려 표를 적극적으로 사주고 팔아주기까지 했다"며 웃었다.
"11월25일은 미시마와 아주 친했던 도쿄대 친구가 자살한 날이기도 합니다. 미시마는 친구의 자살이 던진 엄청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합니다. 일본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참 많습니다. 저는 그 이해하기 힘든 일들과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영화를 만듭니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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