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30∙오릭스)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28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인터리그(교류전)에서 시즌 10호 대포를 터뜨렸다. 5월 들어 8개의 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뽐냈다. 46경기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신고한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의 윌리 모 페냐를 따돌리고 퍼시픽리그 단독 선두에 올랐다. 현재의 홈런 페이스라면 144경기를 치렀을 때 31홈런까지 가능하다.
일본프로야구 적응기 끝났다
이대호가 시즌 초반과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일본 프로야구에 대한 적응이다. 이대호는 4월까지만 하더라도 소극적인 타격을 했다. 상대 투수의 공을 지켜보기 위해 방망이를 아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스트라이크 존이 넓었다. 속수무책으로 삼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감이 떨어졌고, 홈런에 대한 조급함까지 생겨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대호는 지난달 30일 터진 2호 홈런으로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날 세이부전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가운데 높게 들어온 직구를 잡아 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125m짜리 홈런을 날렸다. 그대로 흘려 보냈으면 볼이었지만 입맛에 맞는 공이 들어오자 자신 있게 스윙했다.
이후 이대호는 롯데 시절의 모습을 찾았다. 스트라이크, 볼 구분 없이 좋아하는 코스에 공이 들어오면 거침 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홈런 아치를 그렸다. 코스도 가리지 않았다. 194㎝의 큰 키와 긴 리치(팔 길이)로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것도 중심 이동을 완벽히 해 걷어 올렸다. 최근 터진 4개의 홈런이 바깥쪽 꽉 찬 공을 공략해 모두 우중간으로 넘겼다.
롯데에서 이대호의 멘토 역할을 한 김무관 LG 타격코치는 29일 "이대호는 원래 방향을 가리지 않고 부채꼴 홈런을 날리는 선수다. 리그 초반에는 간을 보는 과정이었다"며 "최근엔 감량한 체중에 적응했고, 일본 투수들의 성향도 파악했다. 대호가 부담스러워 할까 봐 기술적인 조언은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 있게 방망이를 휘두르라고 얘기해줬다. 한 두개 홈런을 쏘아 올리더니 확실히 감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체인지업·포크 잡으면 3할도 거뜬
이대호는 직구와 슬라이더에 강했다. 10개의 홈런 중 직구 5개, 슬라이더 4개를 담장으로 넘겼다. 반면 종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포크 등의 변화구에는 약했다. 시즌 초반만해도 유인구에 쉽게 속았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대처 능력이 좋아졌다. 낮게 제구된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10호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대호의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이광권 SBS ESPN 해설위원은 "일본 투수들의 볼 컨트롤이 좋기 때문에 아직 변화구 타이밍을 완벽히 못 잡고 있다. 큰 것을 친다는 생각보다 안타를 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안타를 만들어 내다 보면 상대 투수는 볼 배합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실투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 때를 잘 노리면 10호 홈런을 때린 것처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3할 타율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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