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 엠씨넥스는 삼성과 LG가 평정하고 있는 카메라 부품 시장에서 이들을 맹추격하는 강소기업이다. 이 회사를 이끄는 민동욱 사장은 팬텍에서 기술개발을 주도한 스타급 연구원이었다. 엔지니어에서 CEO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민동욱 사장을 만나 엠씨넥스의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내에 위치한 엠씨넥스의 회의실 테이블에는 모래시계 하나가 놓여져 있다. 이 회사의 속도 경영을 상징하는 모래시계다. 엠씨넥스의 임직원들은 30분 가량 걸리는 이 모래시계를 올려 놓고 자주 회의를 진행하곤 한다.
엠씨넥스 민동욱(42) 사장은 말한다. “언제나 시간이 관건이었습니다. 대기업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어요. 모래시계는 회의를 질질 끌지 말고 신속하게 업무를 진행하자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엠씨넥스의 주력 제품은 휴대폰에 장착하는 카메라 모듈이다. 비교적 기술변화가 빠른 휴대폰 시장에서 벤처기업인 엠씨넥스에게 가장 절실했던 건 인력이나 재원이 아닌 바로 시간이었다. 민동욱 사장은 여전히 주말의 절반을 국내외 출장일정으로 보내고 있다.
민 사장은 말한다. “지난해 비로소 사장실과 임원실 방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 동안은 사무공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어요. 생산공장이나 연구소 환경을 강화해 시장 경쟁력을 이끌어내는데 더욱 주력했죠. 연구개발과 품질향상에 주어진 시간을 집중했던 겁니다.”
강력한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엠씨넥스는 지난해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 휴대폰 카메라 시장 점유율도 LG이노텍, 삼성전기, 삼성광통신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세계 시장에선 1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에 창업한 엠씨넥스는 벤처기업치곤 무서운 속도로 사세를 불리는 중이다. 엠씨넥스 인사팀 이승오 부장은 설명한다. “2010년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유예기간 첫 해에 들어 갔습니다. 이제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일만 남았습니다. 인력 면에서도 이미 중견기업 못지 않은 규모를 이뤘어요. 6명으로 출발한 회사는 이제 본사 직원 300명, 중국 상해법인 생산직원 8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나게 커졌어요.”
엔지니어에서 스타CEO로 변신하다
엠씨넥스의 무서운 성장세를 이끈 민동욱 사장은 휴대폰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급 연구원 출신이다. 2000년 중반까지 팬텍의 최고참급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휴대폰 시장의 기술경쟁을 주도했다. 당시만해도 팬텍이 막강한 기술력을 자랑하며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팽팽한 3강 구도를 구축하던 시기였다. 3개사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두고 신기술 경쟁을 한창 벌이고 있었다. 민동욱 사장은 팬텍에서 33만 화소급 카메라폰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낸 주역이었다. 33만 화소의 카메라폰은 시장에 화소 경쟁을 불러일으킨 출발점이었다.
민동욱 사장은 말한다. “1997년 현대전자에 입사한 뒤로 줄곧 휴대폰 개발부서에서 일했죠. 현대큐리텔이 팬택에 넘어간 뒤에도 4년 가까이 휴대폰 개발에만 전념했습니다. 특히 2002년부터 카메라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카메라의 기술경쟁이 본격화됐죠.”
민동욱 사장은 2004년 불현듯 카메라 모듈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카메라 모듈의 80% 이상을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시기였다. 카메라폰 시대가 한국에도 상륙했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된 카메라 모듈 제조업체가 없던 상황이었다.
민동욱 사장은 그때 억 대 연봉의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벤처 창업이라는 승부수를 띄었다.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카메라 모듈 시장에 진출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민동욱 사장은 국내외 휴대폰 제조사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직접 영업에 나섰다. 세계 빅5였던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전개해나갔고, 한편으론 중소 휴대폰 업체인 기가텔레콤, 텔슨전자, VK, 밸웨이브 등에 제품을 집중 공급했다.
해외시장 진출로 위기를 극복하다
그러나 민동욱 사장은 국내외 대기업 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 모듈은 휴대폰의 핵심부품 4가지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CPU, 메모리, LCD를 차례로 정해놓고 카메라 모듈을 선택할 정도였다. 당연히 제조사들은 납품업체의 규모, 신용, 연혁, 시스템 등을 매우 꼼꼼하게 따졌다.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한 엠씨넥스에겐 뚫기 힘든 장벽이었다. 게다가 대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기존 납품업체와도 보이지 않는 물밑 경쟁을 벌여야 했다. 결국 엠씨넥스에겐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엠씨넥스가 현재의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가지 胄燒?있었다. 바로 해외시장 공략이었다. 민동욱 사장은 말한다. “처음부터 우리는 해외진출 전략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국내 전자 부품업계는 대기업에 편승하는 전략으로 성장을 꾀합니다. 이 편승 전략이 실패하면 단숨에 주저 앉는 치명상을 입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시장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벤처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엠씨넥스는 2005년 일본과 대만에 영업소를 발 빠르게 설치했다. 중국에는 2006년 상해법인을 설립하고 생산시설까지 준비했다. “회사를 창업한지 8년도 안됐지만 해외에 진출한지는 벌써 7년째입니다.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이고 무분별한 사업확장이라는 소리를 주위에서 들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민 사장의 말처럼 해외시장에서 엠씨넥스의 영향력은 매년 가파르게 수직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72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엠씨넥스 상해법인의 매출은 올해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메라 기술력의 본산이라 불리는 일본도 처음에는 엠씨넥스의 제품을 반신반의했지만 현재는 샤프, 규세라, NEC 등이 엠씨넥스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엠씨넥스는 대만의 폭스콘, 아미라와 중국 최대통신사 ZTE에 제품 공급을 하면서 지난해 수출액만 1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엠씨넥스는 전체 매출의 60%를 해외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일본, 대만, 중국이라는 3대 거점을 통해 동아시아 벨트를 확실하게 구축한 셈이다.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엠씨넥스는 현재 국내 대기업 고객사로 팬텍과 KT테크를 보유하고 있다.
위기탈출의 또 다른 묘수
하지만 엠씨넥스도 한때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어야 했다. 2007년 일어난 국내 휴대폰 업계의 연쇄 부도가 민동욱 사장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이 규모의 경제로 전환되면서 국내 중소 휴대폰 제조사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기 시작한 것.
민 사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7년부터 2008년 4월까지 국내에 존재하는 중견 휴대폰 브랜드와 해외에 진출한 중견 OEM, ODM 업체가 거의 다 망했습니다. 2007년은 엠씨넥스에게도 암흑기였습니다. 직원들의 급여까지 밀리는 참담한 상황이었죠. 저 또한 10개월 동안 월급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그 뿐만이 아니었다. 2008년에도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 금융위기로 환율이 불안정해지면서 엠씨넥스의 수입원부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두 가지 큰 악재가 연속해서 겹쳤지만 희망의 불씨는 있어죠. 해외시장에서 좋은 소식이 날아오기 시작한 겁니다. 일본, 대만, 중국에서 매출이 조금씩 발생하면서 국내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어요.”
2007년 엠씨넥스의 경영위기에서 소방수 역할을 했던 사업은 카메라 모듈만이 아니었다. 민동욱 사장은 2005년부터 자동차 카메라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전후방 카메라 장비가 조금씩 번지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엠씨넥스는 현대모비스라는 확실한 고객을 잡으면서 현대·기아자동차에 전후방 카메라 모듈을 납품할 수 있었다.
민 사장은 말한다. “자동차 카메라 사업 매출이 2007년부터 잡히더군요. 엠씨넥스에겐 절묘한 타이밍이었어요.” 자동차 전후방 카메라는 군사장비의 기준이 적용될 만큼 엄격한 표준이 요구되는 제품이었다. 엠씨넥스 처럼 원천기술과 품질력을 갖춘 기술기업만이 도전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 민동욱 사장은 “자동차는 극지방과 열대지방 같은 환경에서 사용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카메라 장비의 내구성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휴대폰 카메라와 자동차 카메라는 엠씨넥스의 고속질주를 견인하는 두 바퀴다. 민 사장은 말한다. “엠씨넥스에는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방사업 2개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노트북, 테블릿PC 계열의 카메라 모듈 사업과 자동차에 장착하는 오토모티브 카메라가 그것이죠. 스마트폰과 자동차 카메라 시장은 연간 20% 이상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10년은 사업비전이 있다고 장담합니다.” 현재 엠씨넥스의 매출 비중은 휴대폰 75%, 자동차 20%, 노트북·태블릿PC 등 기타 부문 5%로 구성되어 있다.
엠씨넥스의 넥스트 비전
엠씨넥스는 최근 코스닥 상장 준비 과정에 돌입했다. 이미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상태다. 엠씨넥스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내부 시스템은 이미 중견기업 못지 않은 탄탄함과 투명성을 갖추고 있다. 2005년 1월 외부기관 투자를 받으면서 외부감사업체가 된 엠씨넥스는 코스닥 상장 준비로 인해 금융감독원 지정감사를 5년째 받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은 중소기업치곤 빠른 시기인 지난 2010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경영 시스템이 비교적 안정적인 제조기업이란 예기다.
민동욱 사장은 말한다. “엠씨넥스는 지난 7년 동안 고용과 매출, 수출 실적 瀏′존?우상향으로 빠르게 그려나가며 성장했습니다. 나름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저는 앞으로 더 성장가도를 달릴 것이라 자신합니다. 부장급 이상 직원의 60%가 대기업 출신이기 때문에 중견기업에 필요한 내부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엠씨넥스가 중견기업으로 새롭게 미주, 유럽, 동남아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임직원들이 뜨거운 열정을 쏟아 부을 겁니다.”
엠씨넥스의 속도경영과 무한도전은 민동욱 사장이 창업 초창기에 수립한 로드맵을 차근히 실천에 옮겨 만든 결실이었다. 민 사장은 5명의 원년 멤버들과 7년 전 조그만 사무실에 둘러 앉아 매출 2,000억 원 규모의 엠씨넥스를 미리 그려봤다고 고백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해외시장 진출, R&D 계획, 인력충원 등 모든 상황에 맞춰 베스트, 노멀, 워스트 3개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했습니다. 상세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적합한 경영 시스템을 갖춰나갔죠. 처음엔 그런 작업이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시스템 개선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엠씨넥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민사장은 덧붙인다. “앞으로 엠씨넥스는 카메라가 쓰이는 모든 영역에 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카메라 부품업체로 더욱 성장할 겁니다.”
이권진 기자 goenerg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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