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 서정우 교수는 세계 기업회계 전문가들이 모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16번째 멤버다. 아시아에선 일본, 중국, 인도에서만 이 위원회의 위원을 배출했다. 그는 올해 7월부터 5년간 영국 런던에 머물며 공식활동을 펼치게 된다. 한국회계기준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서정우 교수에게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주요 현안을 물었다.
-미국과 일본은 아직 IFRS를 도입하지도 않았는데도 오래 전부터 IFRS 재단의 부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대부분의 국제기구 핵심 자리는 미국과 일본,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의 몇몇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제대국들이 국제기구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국제기구의 구성에서 미국이 빠지면 반쪽 짜리 국제조직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도 미국의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체 전문위원 16명 가운데 4명이 미국인이다. 참여하고 있는 13개 국가 가운데 복수 위원을 둔 곳은 미국 뿐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예산 부담은 국가별로 어떻게 이뤄지나?
미국과 일본이 전체 예산의 30%씩을 내고 있다. 한국은 30분의 1 수준을 부담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1973년에 설립됐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이 국제기구를 성장시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과거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회계장부에 대한 신뢰도가 무척 나빴는데 요즘은 어떤가?
국제사회에서 한국기업 회계의 투명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을 여럿 배출한 것도 기업회계 신뢰성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A급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IFRS의 완전한 정착을 통해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더 향상시켜야 한다.
-IFRS 재단이 한국 전문위원을 발탁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G7에서 G20로 세계경제의 주축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신흥개발국의 IFRS 도입 여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경제의 지배구조가 G7 주변 국가들까지 포함될 만큼 외연이 넓어졌다. 내가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발탁된 것도 한국이 G20 국가로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여러 국제기구들이 신흥국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은 언제쯤 IFRS를 도입할 것이라 전망하나?
미국은 여전히 거리의 단위를 미터 대신 마일이나 피트로 쓰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기준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이 자국의 회계기준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회계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도 IFRS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다. 어떤 형태의 회계 시스템이 될지는 아직까진 미지수다. 현재 유럽과 미국은 합의를 통해 IFRS와 US-GAAP을 서로의 자본시장에서 통용되게 허용하고 있다.
이권진 기자 goenerg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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