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부처님오신날 봉축대법회가 열리고 있는 충북 옥천군 옥천읍 대성사(주지 혜철 스님)에 이근태 목사(65·충북 보은 학림교회)가 선물 보따리를 들고 나타났다. 자신이 손수 사경(寫經·경전을 필사하는 것)한 금강경 병풍이었다. 보자기에 싸인 열두 폭 병풍을 사찰에 전한 그는"부처님 오신 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덕담을 건넸다.
혜철 스님은"종교를 초월한 목사님의 선물이 종교화합을 실천하는 밀알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목사가 선물한 병풍은 높이 84㎝, 폭 21㎝의 작은 크기로 감지(紺紙·감색으로 물들인 종이)에 금가루로 금강경 5,000여자 가운데 300자를 사경한 것이다.
그가 꼬박 3개월이나 걸려 불경을 필사한 것은 혜철 스님과의 인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09년 충북지역 종교지도자들이 종교의 벽을 허물자는 취지로 결성한'충북종교인사랑방'의 일원으로 만나 우의를 다져왔다. 성탄절에 혜철 스님이 학림교회를 방문해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해주고, 부처님 오신 날에는 이 목사가 대성사 법요식에 참여해 부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 목사는 2년 전 부처님오신날에도 반야심경을 사경한 작품을 대성사에 선물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사경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져있다. 1980년대 중반 한 지인의 권유로 사경에 입문한 그는 개인전 3회, 국내외 회원전 수십 회의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전통사경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인 그는 모세 5경을 최초로 필사해 '성경 사경'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한 글자 한 글자 마치 활자로 찍은 듯 정교하기로 이름 나 있다.
그는 "목사가 불경을 사경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수도 있지만 사심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작업했다"며"국민화합을 위해 종교인이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대성사에서 열린 봉축식에는 충북종교인사랑방 회원인 김인국 신부(옥천성당)등도 참석해 종교와 종파를 뛰어넘는 우정을 다졌다.
옥천=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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