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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와 축구하고, 주민들과 강의 듣고… 소통하는 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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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와 축구하고, 주민들과 강의 듣고… 소통하는 판사들

입력
2012.05.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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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축구경기장, 푸른색과 노란색 유니폼을 나눠 입은 선수들이 상대 골 문을 향해 내달린다. 태클에 어깨 싸움까지 양보는 없다. 경기 후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웃음꽃이 피었다. 두 팀은 두 달에 한 번은 꼭 축구 시합을 하기로 약속했다. 한 팀은 현직 판사들이 주축인 서울 남부지법 축구회이고 또 다른 팀은 지난해 서울 구로구가 노숙인의 자활을 돕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만든 노숙인 축구단인 '서울 구로 디딤돌 축구단'이다.

요즘 남부지법 판사들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데 열심이다. 그간에 따가웠던 판사와 판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이 세상과의 소통부족에서 온 것이라는 반성의 소산으로 보인다. 지난 21일에는 판사들이 서울 양천구 목동 남부지법 청사에서 인근 주민들과 함께 의 저자 강유원 박사로부터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주민 고덕영(38)씨는 "판사님과 나란히 앉아 강의 듣는 게 어색할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며 "판결에 불만을 갖고 판사의 신상 정보 털기를 하는 시민들과 법의 현실적 규범력을 중요시 한 판결로 비난 받곤 하는 판사들 모두 각자의 위치를 되돌아 보라는 강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4일에는 소년형사법정 전담인 장성관 판사가 서울 강서교육지청, 강서경찰서와 함께 학교 폭력으로 선도 처분을 받은 중ㆍ고교생 33명을 초청,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장 판사는 "선진국에서는 법원이 학교 폭력 예방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청소년 문제 해결에 우리 법원도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남부지법은 또 이달 초 사회복지사, 교사 등 18명으로 구성된 '시민사법위원회'를 만들어, 일반 시민들이 재판 절차나 민원 사무 등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점 등을 듣고 정책 결정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또 인문학 강의뿐 아니라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다양한 행사를 시민들과 함께 할 계획이다. 이성호 남부지법 원장은 "법원이 국민과 동떨어져서는 사법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역 사회와 더 공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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