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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보육원… 못 먹는 고통 누가 알랴"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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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보육원… 못 먹는 고통 누가 알랴" 성토

입력
2012.05.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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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아원에서 자랄 때 정말 배고파서 도둑질까지 해봤다. 경찰서에 불려가 보고, 너무너무 배고픈 날에는 아파트계단 앞에 놓여진 짜장면 짬뽕 단무지 남긴 거 주워 먹기까지 해봤다. 정말 신경 좀 써주세요. 지금은 결혼도 하고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그때 일을 생각해보면 배고픔 정말 무섭더라."(보육원 출신 A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

정부에서 보육원 아동 한끼 밥값으로 지원하는 금액이 1,400원에 불과하다는 보도(본보 22일자 12면)가 나간 후, 보육원에서 생활했던 이들의 가슴 아픈 경험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역시 "보육원 출신"이라고 밝힌 B씨도 인터넷 게시판에 "진짜 애들 잘 먹여야 한다. 사람이 짐승도 아니고…, 음식 때문에 치고 박고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비참한지. 그 조그마한 애들이…, 에휴"라고 올렸다. C씨는 "동감, 저도 보육원에서 자랐는데 장난 아님"이라고 했고, D씨는 "나도 예전에 (보육원에서) 생활해봐서 못 먹는 그 고통 알아, 그때의 그 기억이 생생해, 이미 알맹이는 까서 먹어버린 귤 껍데기를 숨겨놓고 아이들보고 찾아서 먹으라고 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 보육원이 어딘가에 지금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대우에 상당수 보육원 교사들이 항의하고 있는데 대해 감사의 말들도 전했다. E씨는"보육원 선생님들 힘내세요. 지금까지도 소중한 추억 만들어 주신 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고 전했다.

경남 진해의 한 보육원 관계자는 "주ㆍ부식비 이외에도 연 15만원 정도 밖에 지원되지 않은 피복비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메이커 점퍼 하나 사주기도 벅차다"며 "또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지원되는 자립정착금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의 차이에 따라 200만~500만원 정도여서 혼자서 사회에 나가야 할 아이들에게 턱없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들이) 선거권이 없고 사회적으로 큰 정치적 세력이나 압력집단이 아니다 보니 정치권이나 행정에서 항상 관심 밖이기가 일쑤이며 일선 행정기관에 시설의 어려움을 하소연 해도 예산과 지침의 한계를 일선 공무원들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 부족을 질타했다. 실제 예산편성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보도가 나간 후에야 1,400원 식사비가 정확한 수치인지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도 오랫동안 현장에서 불만이 누적돼 왔지만, 다른 기초생활수급자들과의 형평성과 예산 등을 이유로 시정을 빨리 하지 않아 한창 자랄 아이들을 굶주리게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네티즌은 "4대강에 큰 돈 쏟아 붓는 것은 예산 없다는 이야기 안 하면서, 정작 꼭 써야 할 곳에는 예산타령 하는 것 짜증난다. 국회의원들, 청와대 사람들부터 이 가격 식단으로 한 달만 먹어봐라, 예산 소리가 나오는지"라고 질타했다. 다른 네티즌은 "1만7,000명(보육원 아동수)도 제대로 건사 못하면서 말마다 자랑하는 OECD국가와 10대 교역국이 무슨 소용이냐"고 비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육원, 장애인ㆍ노인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주ㆍ부식비를 시설규모에 따라 차등화해서 올리는 방안을 기재부와 상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는 예산 편성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이나 돼야 지원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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