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집결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평소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여야 잠룡들이 대선을 앞두고 '불심 잡기'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새누리당 주자 중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몽준 전 당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이 참석해 높은 출석률을 기록했다. 민주통합당에선 손학규 정세균 상임고문이 참석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이인제 자유선진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지도부도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서로서로 인사를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늦게 도착한 박 전 위원장도 다른 주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하지만 이내 자리 배치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박 전 위원장이 다른 대선주자들과 나란히 앉지 않겠다고 사양했기 때문이다.
조계사 측은 당초 박 전 위원장의 좌석을 다른 대선주자 및 여야 대표들과 함께 외빈석 맨앞줄에 배정하고 '새누리당 박근혜'라는 이름표도 붙였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세균 상임고문 사이의 좌석이었고 정 상임고문의 바로 옆엔 정몽준 전 대표가 앉아 있었다. 박 전 위원장은 처음엔 자신의 자리에 김 지사와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몇 분 뒤 갑자기 일어나 바로 뒷줄에 있는 새누리당 친박계 정갑윤 의원의 자리로 옮겼다. 둘째 줄은 새누리당 박진 주호영 의원 등 평의원들에게 배정된 자리였다. 당황한 김 지사가 일어나 "앞줄에 앉게 하시는 게 좋지 않느냐"라고 정 의원에게 권했지만, 박 전 위원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의 자리엔 정 의원이 대신 앉았다.
정 의원은 법요식이 끝난 뒤 "박 전 위원장이 대부분 현직에 있는 다른 주자들과 나란히 앉아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는 게 부담스럽다며 자리를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박 전 위원장이 자신을 공격하는 비박(非朴)진영 주자들과의 껄끄러운 관계 등을 의식해 일부러 자리를 바꾼 게 아니냐"는 뒷얘기들이 나왔다. '김 지사 등이 박 전 위원장과 나란히 사진 찍힐 기회가 없어져 아쉬웠을 것'이라는 뒷말도 나왔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법요식이 끝난 뒤 여야 대선주자들은 또 다시 악수를 주고 받은 뒤 차례로 자리를 떴다. '박근혜 전 위원장과 박태규의 회동 여부 진실 공방'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박근혜 전 위원장과 박지원 위원장도 조우했지만 별다른 말을 주고 받지 않았다.
한편 이날 조계사에 나타나지 않은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 은평구의 사찰들을 돌았다. 천주교 신자인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대선 구상을 하며 부산 인근 지역에 머물렀고, 김두관 경남지사는 경남 양산의 통도사를 찾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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