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이 80억달러(약 9조4,400억원)에 이르는 이라크 신도시 건설을 수주하는 등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연거푸 대형 프로젝트를 계약하거나 계약을 앞두면서 해외건설이 활기를 띄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올해 실적이 지난해 절반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특히 전체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던 중동지역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올해 목표액인 700억달러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2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업체가 올 들어 현재까지 해외건설시장에서 수주한 금액은 총 109억7,70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92억930만달러)의 57.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올 초 고유가 영향으로 중동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 발주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해 목표액을 지난해 591억달러보다 많은 700억달러로 늘려 잡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유럽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해외수주가 급감했다. 세계경기 회복의 불투명성으로 유럽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이 끊기면서 중동국가의 대규모 프로젝트발주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럽발 금융위기 발발로 지난해 중동지역 PF 규모는 110억달러로 2010년의 4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축소됐다. 문제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중동에 의존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의 중동지역 수주액은 62억1,602만달러로, 지난해(133억5,764만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올 초에 계약을 할 것 같던 중동 프로젝트가 자금융통 문제로 계약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전체 수주액이 지난해 수준에 미달했다"고 말했다.
해외사업에서 철수하는 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최근 1조원 규모의 캄보디아 국제금융복합개발사업인 'IFC 프놈펜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현지법인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되자 결국 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대우건설도 2010년 12월 유럽공략을 위해 추진하던 폴란드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사업을 최근 포기하면서 스위스에 설립한 해외법인인 HECG(Helvetia Energy Company GmbH)를 계열회사에서 제외했다.
SK건설 역시 2009년 캄보디아 시장진출을 위해 설립한 현지법인을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 포스코건설도 캄보디아 프놈펜에 짓던 오피스빌딩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 캄보디아에서만 현재 국내 10여개 건설사가 사업성 악화로 현지 법인을 철수하거나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건설사의 캄보디아 수주액은 2010년 3억5,401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579만달러로 70%가량 급감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해외 경기악화 등으로 국내 건설사의 사업철수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은 편이라 진출국의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다만 중동에서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중동 정부가 발주를 재개하기만 하면 대형프로젝트 수주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발주가 지연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국내 건설사가 따내는 프로젝트는 주로 정부의 재원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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