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폭력 국회' '불임 국회'라는 최악의 오명을 남긴 채 29일 4년 간의 임기를 마감하게 됐다.
18대 국회의 원 구성이 되기까지는 무려 89일이 소요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전이 이어지다 임기 시작 43일만인 2008년 7월 10일이 돼서야 첫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했다. 이어 8월 26일에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개원 이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디어법 처리 등을 놓고 여야가 물리적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전기톱과 해머, 최루탄까지 등장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처리하려 하자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의장석 앞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예산안도 4년 내내 여당인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됐고, 99건의 법안이 직권상정으로 처리됐다. 직권상정 처리 건수가 역대 국회 최다였다. 모두 1만 4,762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43.9%인 6,489건이 처리되지 못하고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이런 불명예 속에서도 비효율적인 국회'몸집 불리기'는 계속됐다.
2012년 국회 예산은 5,889억으로 18대 임기 직전인 2007년 국회 예산(3,943억원) 보다 50%나 늘었다. 같은 기간 행정부(36.4%)와 사법부(25.9%)의 예산 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최근 완공돼 '호화 청사'논란을 빚은 제2 의원회관 건립비용 1,881억원과 기존 의원회관 리모델링 비용(477억) 등 2,358억원의 추가 비용이 국회의 급격한 예산 증가를 가져왔다. 국회사무처 인력도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초대 개원 당시 198명에 불과했던 국회사무처 직원은 2010년 1,764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른 인건비 예산만 해도 2007년 2,091억원에서 올해 2,729억원으로 30.5%나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지난 2월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다 국회의원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렸다. 또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만 65세부터 평생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2010년 2월 통과시켰다.
18대 국회는 그러나 이달 초 마지막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제도 도입과 직권상정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몸싸움 방지법' '국회 선진화법' 등으로 불리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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