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이 강해서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던 미국 블리자드사의 역할분담형게임(RPG) '디아블로3'가 국내 IT산업을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컴퓨터(PC) 판매점과 PC방, 인터넷 커뮤니티 등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디아블로3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 15일 전세계에 동시 출시된 디아블로3는 1주일 만에 전세계적으로 630만개가 팔려 단기간 가장 많이 팔린 게임 기록을 갈아 치웠다.
덕분에 PC 및 관련 부품 매출이 껑충 뛰었다. 이용자들이 디아블로3를 좀 더 화려한 그래픽과 빠른 속도로 즐기기 위해 PC를 통째로 바꾸거나 부품을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디아블로3 출시 이후 15일부터 24일까지 PC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3% 신장했다. 김보현 롯데마트 정보통신 가전팀장은 "4월까지 롯데마트 컴퓨터 매출 신장률은 3.3%에 그쳤으나 디아블로3 출시 이후 30%에 육박하고 있다"며 "덩달아 다른 PC게임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PC게임을 확대 진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PC부품도 판매량이 늘어났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는 5월이 PC부품의 비수기이지만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와 그래픽카드 등의 판매량이 최소 30%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죽어가던 PC방도 신이 났다. PC방 전문조사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27일 기준 디아블로3의 PC방 점유율은 35.27%를 기록했다. PC방 고객 10명 중 3명 이상이 디아블로3를 하는 셈이다. 디아블로3를 하기 위해 퇴근 후 바로 PC방으로 달려가는 직장인 등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하락세인 PC방 매출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디아블로3 관련 게시판을 운영하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도 방문자들로 붐비고 있다. 포털 검색어는 물론이고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내 디아블로3 갤러리에도 하루 방문자가 평균 40만명씩 몰리고 있으며, 게시글도 수천 건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부실한 서비스는 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 특성상 블리자드가 운영하는 인터넷 게임서버인 배틀넷에 접속해 인증을 받아야만 게임을 진행 할 수 있는데, 출시 초기에 배틀넷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불을 요구하는 등 이용자들의 항의가 쇄도했다. 또 이용자 계정을 해킹해 게임 속 아이템이나 게임 머니 등을 가져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결국 블리자드측은 홈페이지에 사과를 하고 아시아서버를 증설하기로 했지만 환불은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블라지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를 방문해 배틀넷 접속장애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측은 추가 조사를 통해 환불을 거부하는 블리자드측에 문제가 있으면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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