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른 유기 농산물이 소득 수준이 높은 소비자에게만 팔리는 것을 보고 고민에 빠졌어요. 유기농산물 생산이 늘지만 가난한 이웃의 밥상까지 그 혜택이 미치지 않으니까요."
전북 장수군 하늘소마을에 귀농한 지 4년째를 맞은 김성래(44)ㆍ박진희(40) 부부는 요즘 '음식 정의(food justice)' 실천에 눈 코 뜰 새 없다. 소득에 관계 없이 누구나 건강한 먹을 거리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미국, 유럽 등에는 도시의 빈 땅에서 지어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을 정부 보조금과 후원금으로 저소득층에 공급하는 '피플스 그로서리', '프리 팜 스탠드' 등 비영리 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식생활에 대한 인식이 '푸드뱅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씨는 "푸드뱅크 물품은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인스턴트 음식이 대부분"이라며"저소득층 아이들은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호텔리어였던 김씨와 환경단체에서 일했던 박씨는 자녀를 자연 속에서 기르겠다는 결심에 귀농을 결심했다. 농사일이 익숙해지고 상대적으로 비싼 유기농 농작물을 판매하는 과정에 '음식 정의'에 대한 생각이 싹 텄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의 '2010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월 소득 100만 원 이하 가구 중 '최근 1년 동안 가족이 충분한 양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고 답한 가구는 고작 23.5% 정도였고,'양은 충분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은 먹지 못했다'는 비율은 64%나 됐다. 특히 칼슘(71%), 비타민C(50%)은 섭취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서울 강북구 한 공부방에 6개월 동안 유기농 농산물을 싼 값에 공급했다. 공부방을 운영 중인 우성복 목사는 "아이들이 인스턴트 음식을 주로 먹다 보니 발육이 더디고 아토피 피부염이 많았는데 지난해 두 분이 보내준 농산물을 먹으며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풍으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그 해 11월 공급을 중단해야 했다.
대신 이들은 최근 아름다운재단 소셜 펀딩 사이트 '개미스폰서(www.socialants.org)'를 통해 서울과 전북의 13군데 저소득층 공부방, 청소년 보호 시설, 장애인 시설 등에 자신들이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을 보내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을 진행 하고 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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