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66) 감독이 '애제자' 박지성(31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 국가대표팀 은퇴에 대해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현명한 선택"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러시아의 안지 구단 지휘봉을 잡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만났다. 오는 31일이 2002년 한일 월드컵의 10주년이라 의미를 더했다. 그는 '박지성의 은퇴'에 관한 질문에 "떠나는 시간을 알 수 있다는 게 어렵다. 박지성의 은퇴는 나이로 보면 조금 이르다고 볼 수 있다"며 "주위에서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고려하면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지난해 아시안컵이 끝난 뒤 30세의 나이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10주년을 기념하는 K리그 올스타전(7월5일) 참석을 약속하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스케줄을 바꿔서라도 의미 있는 자리에 꼭 참석하고 싶다. 구단에 얘기해서 이틀 동안 시간을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과의 평가전(31일)이 한국 축구의 위상 변화의 증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로 2012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강인 스페인이 스위스에서 한국과 평가전을 통해 대회를 준비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 축구의 위상이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세계 축구에서 한국은 인정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팀 사령탑 복귀 가능성에 대해선 마음의 문을 닫지 않았다. 한국 축구 팬들이 여전히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그는 "팬들이 내 나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연 뒤 "12년 전에는 2012년에도 감독을 하고 있을지 상상조차 못했다. 미래의 일은 얘기하기 힘들다. 한국 사령탑 복귀는 예스 혹은 노(Yes or No)로 답변할 수 없는 어려운 질문"이라고 가벼운 미소를 보였다.
2000년 11월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 감독은 "처음부터 한국의 축구 팬들이 자신을 좋아한 게 아니다"라고 회상했다. '0-5 감독'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이 생길 정도로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취임 후 1년간 실망스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궜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토대로 자신감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은 축구 인생에서 황홀한 경험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호주, 러시아 대표팀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매우 지도하기 편하고 맡고 싶은 국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29일 광주를 거쳐 목포로 내려간다. 꿈나무 양성과 시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지원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29일 목포 국제축구센터에서 재단법인 허정무ㆍ거스 히딩크 축구재단 운영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한다. 그리고 다음달 3일 출국할 예정이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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