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일산~퇴계원 36.3㎞를 지나려면 4,3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반면 남부구간인 김포~산본 36.9㎞와 평촌~강일 36.5㎞의 통행료는 각각 1,700원과 1,800원이다. 이용거리는 비슷한데 북부구간 요금이 남부구간보다 배 이상 비싸다. 이유는 북부구간이 민자사업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같은 도로를 이용하는데 구간에 따라 통행료가 다르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더 기막힌 것은 민자사업으로 조성됐다는 북부구간 지분 중 86%는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도 민자사업으로 분류돼 비싼 통행료를 받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조사결과 투자규모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중에서 이처럼 '무늬만 민자사업'이 6개나 된다고 한다. 공공기관이 민자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정부가 지급해야 할 보조금이 눈덩이처럼 커졌거나 민간자본이 전혀 유입되지 않은 경우 등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6개의 SOC사업 가운데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부산~울산고속도로, 대구~부산고속도로 등 3곳의 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이라는 사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다. 국민연금은 대다수 국민들이 붙들고 있는 최후의 안전판이다. 한 푼이라도 더 불려 노후보장을 도와야 할 돈을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공공성을 우선시하는 정부재정처럼 운용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무늬만 민자사업'은 공적검증과 사후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공공기관의 요금은 원가산정의 적절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하지만, 민자사업으로 지정되면 정부와 사업자간 맺은 협약에 따라 정해진다. 더욱이 무분별한 민자사업 추진으로 인한 손실의 책임은 전체 국민이 떠안게 된다.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민자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공공부문 출자비율이 50% 이상인 민자사업법인은 아예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회의 지적을 수용해야 한다. 어정쩡한 민자사업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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